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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8월 17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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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이 휴대전화 감청장비 개발 사실을 숨겼다 하더라도 국가통신 업무를 총괄하는 정통부가 휴대전화 도·감청의 실상을 까맣게 모를 수가 있었을까. 설혹 휴대전화 도·감청의 전모는 몰랐다 하더라도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는 것은 믿을 수 없다. 휴대전화 감청장비가 외국에서 이미 개발돼 있었는데도 통신 강국을 자랑해 온 정통부가 과연 그렇게 정보에 어두웠겠는가.
진 장관은 2003년 10월 국회 답변에서 비화(秘話)휴대전화기 구입 예산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질문을 받고 국가비밀사업이라며 비공개 답변을 요구하다가 수용되지 않자 “휴대전화의 도·감청은 불가능하다. 비화휴대전화기를 구입하려 했으나 휴대전화가 도·감청이 안 된다고 해서 계획을 취소했다”고 넘어갔다. 비화휴대전화기의 존재 자체가 휴대전화 도청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진 장관의 답변은 앞뒤가 맞지 않았다.
휴대전화 감청 기술에는 무선(無線)구간, 기지국, 그리고 유선(有線)구간에서 하는 세 가지가 있다. 세계 42개국은 범죄 수사 같은 공익적 목적을 위해 유선구간에서 국가기관이 합법적으로 감청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우리 국가기관끼리도 유선구간에서 합법 감청설비를 갖추는 방안을 놓고 오래전부터 협의가 있었다고 한다. 진 장관은 이번에 “합법 감청에 관한 본격적인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통신 주무 장관이 “휴대전화 감청은 불가능하다”고 잡아떼다가 국정원이 도청을 실토하고 나서야 “합법 감청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데 대해 ‘도청 공포’에 떨었던 많은 국민은 분노를 느낄 것이다. 이런 장관을 ‘권력의 하수인’이 아닌 ‘국민을 위한 각료’라고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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