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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0월 19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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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기(白成基·44)씨는 요즘도 “공부나 계속 할 걸…”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유가자원회수는 제품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 중에서 가치 있는 물질을 분리해 재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국내에서는 아직도 관심이 부족한 분야. 백씨가 2001년 세운 회사‘토레도’는 각종 공장에서 폐기물을 재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다. 올해 매출 20억원을 바라볼 정도로 회사가 커지기까지 백씨의 삶은 ‘좌충우돌’이었다. 1989년 고려대에서 분석화학으로 석사 학위를 딴 백씨가 이 분야에 처음 눈을 돌린 것은 1995년경.》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실 생활을 1년 만에 접고 자본금 5000만원으로 신소재를 개발하다 3년 만에 모두 날리고 고향인 전주에서 2년간 ‘백수’ 생활을 한 뒤였다.
“문득 신소재 개발에서 터득한 물질 분리 기술을 ‘유가자원회수’에 응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백씨는 정부의 창업지원금을 받아 CEM이라는 회사를 차리고 도금 폐수의 재처리 사업을 시작했다. 도금 과정에서 생긴 폐수에 섞여 있는 유용한 금속을 다시 쓸 수 있도록 처리하는 것. CEM은 2년 만에 연간 매출 10억원의 회사로 컸다. 여기서 자신감을 얻은 그는 펀드를 모아 폐전선에서 구리를 분리하고 플라스틱 피복으로는 활성탄을 만드는 사업을 시작했으나 그만 두 번째 실패를 맛보고 말았다. 실험실에서와 달리 실제 공장 시스템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 7억여원을 날린 투자자들은 백씨를 사기꾼으로 몰았다.
재기한 백씨는 이제 삼성전기의 한 공장에 질산 회수 시스템을 설치할 정도로 유가자원회수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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