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컴도사’ 포털 달군다… 50대이상 이용자 급속확산

  • 입력 2004년 8월 22일 19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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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도사가 됐습니다.” 다음 카페에 미니 홈페이지를 만든 한광택씨(65)가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종승기자
“인터넷 도사가 됐습니다.” 다음 카페에 미니 홈페이지를 만든 한광택씨(65)가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종승기자
《“엊그제 동회(동사무소)에 가서 노인 복지카드 찾아왔습니다. 그런대로 좋으네요 ㅋㅋㅋ.”

서울 도봉구 도봉동에 사는 한광택씨(65)가 포털 사이트인 다음에 올려놓은 인사말이다.

최근 싸이월드 다음 네이버 등과 같은 포털 사이트에 50대 이상 ‘어르신들’이 미니 홈페이지를 만들거나 사이버 공동체를 방문하는 발길이 부쩍 늘었다.》

▽포털에 ‘어르신 돌풍’=정보기술(IT)이 확산될 때 ‘컴맹’ 세대에 속했던 50대 이상 장년 및 노년층 가운데 적지 않은 사람이 최근 주변에서 컴퓨터와 인터넷 이용 방법을 배운 뒤 디지털 격차를 스스로 좁혔다.

싸이월드에서 미니 홈페이지를 만든 이인순씨(50)는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한 뒤 사진을 컴퓨터에서 보기 위해 자식들에게서 인터넷 이용 방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이씨는 홈페이지에 사진과 음악을 등록하며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파일을 인터넷에 올리는 숙련된 이용자가 됐다.

인터넷을 먼저 배운 노인들이 홈페이지에 컴퓨터 교실 등을 열어 놓고 초보자들에게 사진 올리는 법 등을 전수하는 장면도 흔히 볼 수 있다.

다음에서 ‘아름다운 60대’라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한광택씨는 “동영상을 인터넷에서 다운받아 활용할 줄 아는 ‘노인 컴퓨터 도사’도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50대 이상 인터넷 이용자들은 이 같은 능력을 바탕으로 미니 홈페이지에서 지나간 추억을 돌아보고 가족과 친목을 다지는 공간을 넓히고 있다.

한씨는 “나이 든 사람들도 즐겁게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어 카페를 열었다”고 말했다. 현재 2000명이 넘는 노인 회원이 한씨가 운영하는 카페에 가입했다.

싸이월드 홍보팀 최승희 대리는 “99년에는 10, 20대가 미니홈페이지를 거의 독점했지만 인터넷을 이용하는 조부모 세대가 늘면서 올해 7월말 40대 이상 가입자의 비중이 6%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중장년층의 포털 가입이 늘면서 이들을 회원으로 모시는 클럽도 생기고 있다.

최 대리는 “올해 3월 40대 이상 장년층의 가입을 반신반의하며 클럽을 만들었는데 5개월이 지나 가입자가 500명 이상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세대차를 줄이는 실버 매체=장년층의 미니 홈페이지는 자기 세대의 이야기를 공유하거나 세대간의 간격을 줄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장년층 가입자가 급증한 요즘에는 미니홈페이지가 세대간 대화를 나누기 위한 공간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강원 속초시 동명동의 심재만씨(54)는 “내가 만든 홈페이지에 아들이 방문해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눈다”고 말했다.

한동대 산업정보디자인학부 김곤웅 교수(62)는 “내가 만든 미니홈페이지에 미술 작품이나 사진을 올려놓았더니 대학생들이 자주 방문했고 그러다 보니 세대 차이도 줄었다는 것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노인들이 만든 클럽이 인생 상담소의 역할도 한다. 익명게시판에 남편 때문에 속상하다는 이야기, 빚 때문에 고생하는 이야기, 도움이 필요한 경우에는 조언을 해주는 글도 올라온다.

포털 사이트에 돌풍이 일면서 전자상거래 분야의 인터넷 업체들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옥션 홍보실 배동철 이사는 “장년층의 인터넷 이용이 늘어나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 실버용품 코너를 따로 마련하기도 하고 음성안내 서비스를 실시하는 등 장년 및 노년층을 위한 서비스를 확대했다”고 말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인 김현진씨(서울대 경제학부 3년)도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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