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정치권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 입력 2004년 7월 24일 12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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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 부는 네티즌의 바람이 거세다.

열린우리당의 주요 정책결정에 네티즌의 입김이 작용하고 한나라당도 박근혜 대표가 네티즌을 특별관리 할 정도다.

열린우리당의 인터넷 당원들은 모두 6만5000여명으로 이들 가운데 열성 당원 50여명은 당 홈페이지에 하루에 몇 건씩 글을 올리며 당내 여론을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주요 정책마다 당론에 휩쓸림 없이 주관적인 의견을 내고 있으며, 이렇게 모아진 의견은 당의 정책결정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나라당 박창달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에 대한 의원 개개인의 찬반투표 공개 요구와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후퇴 논쟁.

박창달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지난달 29일, 열린우리당 당원게시판은 이들이 올린 500여건의 욕설과 조롱, 실망, 비난 글로 망신창이가 됐고, 하루 1000여명의 인터넷 당원들이 집단 탈당해 지도부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당시 한 당원은 “투표 결과를 공개하고 체포동의안 부결에 참여한 동료 의원에게 어떤 조처를 취해야한다고 보느냐”는 질의서를 열린우리당 의원 152명 전체에게 보내자는 ‘발칙한(?)’ 제안을 했다.

그러나 의원들은 이런 제안을 쉽게 무시하지 못하고 무려 58명이 회신을 보냈고, 이 사건은 지도부의 당 장악력을 뒤흔드는 대형 사건으로 번졌다.

인터넷 당원들은 “찬반투표 공개 요구는 의원들의 권위를 무참하게 깎아내린 폭력적인 사건이었음에도 58명의 의원들이 회신을 보내왔다. 이는 한국 정치사에 전무후무한 획기적인 일로 당 구조를 수평적 관계로 바꾸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밖에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방침의 후퇴에 대해서서도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법사위원장을 한나라당에 넘겼을 때도 비난을 퍼부어 당 지도부를 곤경에 빠뜨렸다.

이들의 목소리가 차츰 거세지자 일부 당직자들은 “몇몇 말 잘하는 인터넷 당원들이 홈페이지 게시판을 장악해 마치 전체 당원을 대변하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경계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네티즌 요구에 따라 당 정책이 춤을 추는 일은 없겠지만 열린우리당의 태생(胎生)적 성격상 이들의 활발한 정치 참여를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네티즌에 쏟는 각별한 애정도 관심을 끌고 있다.

‘보수정치인은 네티즌의 사랑을 받을 수 없다’는 기본 공식을 깨뜨린 박 대표는 자신을 지지하는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만 2만명에 이른다.

‘박사모’는 일단 ‘노사모’ 회원수 4만명을 뛰어넘은 뒤 올 연말까지 회원을 10만명으로 늘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박 대표는 이들의 홈페이지를 수시로 방문해 글을 남기고 오프라인 모임에도 참석하는 등 남다른 애정을 보내고 있다.

이들은 박 대표를 비난하는 당내 의원들의 홈페이지를 항의방문 해 초토화시켰는가하면, 대표 선거에서 홍준표 의원에게 압력을 가해 박 대표 지지입장을 밝히게 만드는 등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박 대표는 지난 22일 자신의 미니 홈페이지를 통해 가수 이승철씨로부터 콘서트 참석 초청을 받은 뒤, 3만여명의 관객과 함께 공연을 즐겼다.

이에 앞서 지난달 22일에는 자신의 홈페이지를 100만번째 방문한 네티즌과 공개데이트를 즐겨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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