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공장자동화…수조원대 한국시장 쟁탈전 치열

  • 입력 2004년 7월 19일 17시 06분


공장자동화 관련 외국기업인 한국미쓰비시전기오토메이션과 로크웰삼성오토메이션, 지멘스 등은 상대적으로 시설투자가 많은 자동차와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 액정화면 등의 제조업체를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자동화된 생산라인에서 로봇팔이 용접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현대자동차(사진 위).한국미쓰비시전기오토메이션 교육 프로그램 참석자들이 교육용 기자재를 이용해 조작 방법이나 프로그래밍 기법을 배우고 있다. 공장자동화 관련 기기 사업에는 기술지원과 애프트 서비스가 필수적이다. 사진제공 한국미쓰비시전기오토메이션
공장자동화 관련 외국기업인 한국미쓰비시전기오토메이션과 로크웰삼성오토메이션, 지멘스 등은 상대적으로 시설투자가 많은 자동차와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 액정화면 등의 제조업체를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자동화된 생산라인에서 로봇팔이 용접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현대자동차(사진 위).
한국미쓰비시전기오토메이션 교육 프로그램 참석자들이 교육용 기자재를 이용해 조작 방법이나 프로그래밍 기법을 배우고 있다. 공장자동화 관련 기기 사업에는 기술지원과 애프트 서비스가 필수적이다. 사진제공 한국미쓰비시전기오토메이션

《‘우리가 없으면 공장은 멈춘다.’ 소비자들은 완제품만을 접하기 때문에 공장 설비를 접할 수 있는 경우가 드물다. 그러나 공장 설비를 만드는 것도 엄연히 산업. 그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공장자동화(FA) 분야다. FA 분야에서는 미국과 일본, 독일 기업들의 활동이 활발하다. 대표적인 기업이 미국 로크웰과 삼성전자 FA사업부가 합쳐 탄생한 로크웰삼성오토메이션과 일본기업인 한국미쓰비시전기오토메이션, 독일 지멘스 등이다. 한국기업으로는 LG산전이 있다.》

TV를 통해 보게 되는 자동차를 용접하는 로봇, 전자 기판을 조립하는 자동화기계, 분주히 움직이는 이송(移送)장치 등이 이들 업체가 만든 산업용 컴퓨터로 움직인다.

극장에서 무대의 커튼을 올리고 내릴 때 사용하는 제어장치에도 FA 기기가 활용되며 일상생활에도 가까이 다가와 있다.

FA 분야는 자동창고나 산업용 로봇, 산업용 컴퓨터인 논리연산제어장치(PLC), 수치제어장치(NC) 등 다양하다.

대표적인 분야 가운데 하나는 산업용 컴퓨터로서 각종 설비의 두뇌역할을 하는 PLC 시장. 업계에서는 PLC의 시장 규모를 1200억∼17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른 분야를 포함하면 수조원대의 시장이라는 것이 업계의 추산이다.

▽자동차, PDP·LCD 분야에서 경쟁=FA 분야 외국기업들은 지금 한창 자동차와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액정표시장치(LCD) 분야에서 격돌하고 있다. 공장을 새로 짓거나 설비를 증설하는 분야가 이들 업종에 집중돼 있기 때문.

삼성전자가 충남 아산시 탕정면에 제7세대 LCD 생산라인을 짓고 LG필립스LCD는 경기 파주시 월롱면에 대규모 LCD단지를 건립하는 등 LCD 분야 투자는 활발하다.

한국미쓰비시전기오토메이션 김형묵 상무는 “예전 같으면 부딪치지 않을 규모의 입찰에서도 거의 매번 주요 기업들과 상대하게 된다”는 말로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상황을 설명했다.

이 회사는 국내 주요 평판 디스플레이 제조업체에 자사의 PLC를 공급했지만 어느 회사인지는 밝히지 않는다. 평판 디스플레이 분야가 공정기술을 겨루는 성격이 강하고 경쟁이 한창 치열하다 보니 디스플레이 제조업체들이 공개를 꺼리기 때문. 평판 디스플레이를 1개월 동안 몇 장이나 생산하느냐는 문제는 공장을 어떤 방식으로 자동화 했느냐와 직결돼 있다는 뜻이다.

한국의 5대 수출품목 가운데 하나인 자동차도 FA 분야의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현대자동차의 초창기 설비에 일본 미쓰비시전기 제품이 많이 쓰인 인연 때문에 현대차는 한국미쓰비시전기오토메이션의 주요 고객이다. 현재 티뷰론이나 아반떼, 클릭 같은 차종의 생산라인에 미쓰비시의 PLC 제품이 쓰이고 있다. 또 이 회사는 GM대우자동차의 전 라인에 자사의 PLC를 공급했다.

그러나 한 공장에서 특정한 회사 제품만 쓰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신규 증설이 있을 때마다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진다.

한국미쓰비시전기오토메이션은 과부하가 걸리지 않는 네트워크 설계 기술과 FA 기기의 국산화 지원을 무기로 한국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로크웰삼성오토메이션은 로크웰의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기간의 탁월한 연결성’을 강조하며 영업을 펼치고 있다.

LG산전도 자동차와 PDP 생산 시설에 영업력을 집중하고 있다. 내년 6월부터는 중국 현지법인에서 PLC를 생산해 가격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미래 모습=1913년 포드자동차에 컨베이어 라인이 설치되면서 시작된 FA의 역사는 개별 장비와 이를 제어하는 제품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대표적인 제어 기기로는 PLC와 NC, 서보(SERVO) 등이 있다.

현대자동차에서 자동차를 생산할 때 로봇이 용접을 하는 공정이 있다. 로봇 팔은 자동차가 이송돼 오면 자신이 용접할 부분으로 정확히 이동해 용접을 하고 다음 용접할 곳도 정확히 찾아간다. 이렇게 로봇을 제어하는 기기가 PLC다. PLC는 다른 기기와의 통신 기능도 갖추고 있다.

NC는 원재료를 깎고 자르고 다듬는 가공장치를 제어하는 기기로 컴퓨터 기술이 많이 응용된다.

서보라는 제품은 PLC나 NC로부터 받은 명령을 서보모터 등으로 정확히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서보모터는 입력되는 명령에 따라 회전하는 각도와 속도가 제어되는 모터. 이 제품에 의해 이송 장치나 로봇 팔 등이 정확한 거리만큼 이동할 수 있다.

최근 들어 통신기술과 정보시스템이 결합되면서 FA도 점차 정보기술(IT)에 가깝게 변모하고 있다. 공장 자체만을 자동화하는 단계를 넘어 기존 관리부문에 적용된 전략적자원관리시스템(ERP)과도 연계해 생산성을 더욱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 이른바 ‘e매뉴팩처링’으로 발전하고 있다.

▼한구미쓰비시전기오토메이션 이시이 준키치 사장 인터뷰▼

사진제공 한국미쓰비시전기오토메이션

“우리 회사의 공장 자동화 기술은 한국의 수출 증대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한국미쓰비시전기오토메이션의 이시이 준키치(石井純吉·58) 사장은 일본 미쓰비시전기의 공장 자동화(FA) 사업의 한국 내 역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회사가 주로 판매하는 논리연산제어장치(PLC) 등은 현재 한국의 대표적인 수출 상품인 자동차와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공장, 액정표시장치(LCD) 공장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산업용 제품이기 때문.

한국의 수출이 늘어날수록 대일 무역적자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그는 사업가답게 ‘수출 기여’로 해석했다.

이 회사는 일본 미쓰비시전기의 FA사업부가 세운 한국법인이다. 미쓰비시는 1971년 한국의 유니온전기를 통해 전자개폐기 등을 공급하며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현재는 부산과 대구에 영업소를 두고 충남 천안시에 출장 사무소를 두고 있다.

FA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산성 향상을 돕는 분야다. 수작업으로 이뤄지던 일들을 기계로 처리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PLC 등을 생산하는 산업이기 때문.

이 회사가 FA 관련 핵심 부품인 PLC와 서보모터 등을 설치 전문업체에 공급하면 설치 전문 업체들이 자동차나 휴대전화, 평판 디스플레이 제조업체 등에 자동화 시설을 공급한다.

대량 생산체제에 필수적인 제품이기 때문에 안정성과 신속한 애프터서비스(AS)가 매우 중요하다.

“미쓰비시는 신속한 서비스를 위해 ‘글로벌 FA센터’를 운영 중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서든지 미쓰비시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면 현지에서 직접 AS를 받을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공장을 설립할 때도 미쓰비시 제품을 사용하면 AS문제를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이 회사는 현재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톈진에서도 FA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미쓰비시는 사후 대처뿐만 아니라 FA센터를 통해 기술 교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는 “첨단 제품을 생산하는 한국 기업들이 FA기기에 대해 요구하는 수준은 일본기업들 못지않게 높다”며 “수출 기업들이 안심하고 FA 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국내 설비 투자가 줄어 FA 부문 시장도 축소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LCD와 PDP 분야에서는 향후 2∼3년간 계속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 분야에 집중할 뜻을 내비쳤다.

한국미쓰비시전기오토메이션의 올해 매출목표는 1600억원이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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