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행동장애’ 약물치료 병행해야 효과

  • 입력 2004년 5월 23일 17시 31분


TV 시트콤 ‘순풍 산부인과’에서 미달이가 친구를 괴롭히고 있다. 의사들은 극중 미달이처럼 행동한다면 ADHD 환자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한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TV 시트콤 ‘순풍 산부인과’에서 미달이가 친구를 괴롭히고 있다. 의사들은 극중 미달이처럼 행동한다면 ADHD 환자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한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아이가 수업시간에 돌아다녀요.” “산만해요.” “흥분을 잘 해요.”

주의력결핍과잉 행동장애(ADHD)의 대표적 증세다. 성적도 뚝 떨어진다. 부모는 심란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답답한 가슴만 쥐어뜯는다.

ADHD는 5∼7세 아동의 4∼8%가 걸려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환자의 절반 정도는 만 4세 이전에 병에 걸리지만 발견되는 시점은 대부분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다. 자칫 만성 장애로 발전할 수도 있다. 평균 30% 정도가 성인까지 이어진다.

ADHD는 약물치료와 인지치료, 행동치료, 부모교육 등을 동시에 진행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이런 요법들의 장기적 효과에 대한 연구가 별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는 국립정신보건원(NIMH) 등 6개 기관이 94년부터 현재까지 7∼10세의 어린이 ADHD 환자 579명을 대상으로 이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마침 연구 책임자인 제임스 M 스완슨 교수가 최근 내한했다. 그에게서 연구의 중간결과를 들어봤다.

▽체계적 치료, 효과 2배=연구팀은 환자를 체계적 치료를 받는 집단(MTA 그룹)과 전문적인 치료를 받지 않는 집단(커뮤니티 그룹)으로 나눴다.

MTA 그룹에는 하루 3회 약을 꼬박꼬박 먹였다. 또 부모나 교사도 치료에 참여시켰다. 반면 커뮤니티 그룹에는 똑같은 지침을 주되 적극적인 통제를 하지 않았다.

연구에 사용된 약은 집중력 강화제(메틸페니데이트). 국내에는 콘서타(얀센), 메칠펜(SK제약), 페니드와 메타데이트CD(환인제약) 등이 나와 있다.

연구팀은 ADHD 증세가 사라졌거나 거의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를 ‘완치’로 규정했다. 14개월 뒤 MTA 그룹의 완치율은 56%였다. 반면 커뮤니티 그룹의 완치율은 MTA 그룹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5%에 불과했다.

연구팀이 확인한 결과 커뮤니티 그룹은 대부분 하루 2회만 약을 복용하고 있었다. 그나마 복용량도 적정량보다 모자랐다. 실제 많은 환자들이 다른 아이들의 시선을 의식해 약을 먹지 않거나 버린다. 연구팀은 부모나 교사가 아이의 상태를 그때그때 점검하면서 약을 반드시 먹이도록 조언했다.

▽약물-행동 치료 병행을=연구팀은 MTA 그룹을 실험학교 형태로 운영했다. 일반 학교와 동일하게 수업을 진행하되 ‘조치’를 취한 뒤 집중력과 학습능력이 얼마나 개선됐는지를 비교한 것.

연구는 3개의 소그룹으로 나눠 진행됐다. A그룹은 약물치료만, B그룹은 행동치료만 했고 C그룹은 약물치료와 행동치료를 병행했다.

14개월 이후 완치율은 C그룹이 64%로 가장 높았다. 반면 약을 투입하지 않고 행동치료만 한 B그룹은 34%로 완치율이 가장 낮았다. 약물로만 치료한 A그룹은 56%였다.

연구팀은 약의 장기 복용을 강조했다. 24개월까지 실험기간을 늘렸을 때 약물 투입을 중단한 일부에서 증세가 다시 악화됐다는 것. 연구팀은 “많은 사람이 장기복용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주의력결핍 체크리스트▼

1. 수업 또는 다른 활동을 할 때 부주의해 실수를 많이 한다.

2. 과제 또는 놀이를 할 때 지속적으로 주의를 집중하기가 어렵다.

3. 다른 사람이 앞에서 얘기하는데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 같다.

4. 지시에 따라 숙제, 집안 일 등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마치지 못한다.

5. 과제 또는 활동을 체계적으로 하지 못한다.

6. 정신적 노력이 필요한 일이나 활동을 싫어하고 꺼린다.

7. 장난감 연필 등을 자주 잃어버린다.

8. 외부 자극이 생기면 쉽게 산만해진다.

9. 도시락을 두고 학교에 가는 등 자주 잊어버린다.

▼과잉행동 체크리스트▼

1. 가만히 있지 못하고 손발을 계속 움직이거나 몸을 꿈틀거린다.

2. 수업시간에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3. 상황에 맞지 않게 과도하게 뛰어다니거나 기어오른다.

4. 조용히 하는 놀이나 오락에 참여하지 못한다.

5. 모터가 달린 것처럼 끊임없이 움직인다.

6. 말을 너무 많이 한다.

7. 질문을 끝까지 듣지 않고 대답한다.

8. 자기 순서를 기다리지 못한다.

9. 다른 사람을 방해하고 간섭한다.

▽각각 6개 이상 해당하면 ADHD 가능성이 높음.

자료 : 서울대 소아정신과 김붕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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