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3년 11월 2일 17시 33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포천중문 의대 정형민 교수는 “배아줄기세포는 세상에서 제일 키우기 어려운 세포”라며 “기본 특성을 충분히 파악하기 전에 신경이나 심장으로 분화시키는데 급급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인간의 배아줄기세포를 신경세포로 분화시켜 생쥐의 뇌에 이식하는데 성공했다는 소식이 여러차례 보고됐다. 하지만 정 교수는 “100개 가운데 15개 정도만 신경세포로 변한 수준”이라며 “15개만을 골라내는 일도 어려워 통째로 이식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뇌에 엉뚱한 췌장세포나 뼈세포까지 이식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달 27일부터 이틀간 삼성서울병원에서 과학기술부의 21세기 프런티어사업단인 세포응용연구사업단과 서울대 의학연구원 인구의학연구소 주최로 국내외 줄기세포 전문가 20여명이 모여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현단계 세계 연구동향과 당면과제를 점검하는 자리였다.
![]() |
행사에 참여한 일본의 야마나카 신야 박사는 배아줄기세포의 ‘마스터유전자’를 발견해 5월 29일 과학전문지 ‘셀’에 연구결과를 게재했다. ‘불멸의 땅’이란 뜻으로 나노그(Nanog)라 불리는 이 유전자는 배아줄기세포가 특정 세포로 분화되지 않고 무한하게 자기분열을 반복하도록 만드는 핵심인자다.
야마나카 박사는 발표장에서 “유전자 수준에서 기초연구가 선행돼야 한다”며 “다른 세포에 없는 독특한 유전자들을 계속 발굴해내면 조만간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비윤리적이라는 비판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배아 역시 하나의 생명체로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출생 이후의 성체에서 줄기세포를 얻는 일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1980년대부터 임상시험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골수이식. 백혈병 등 혈액질환자에게 적혈구, 백혈구 등을 만드는 줄기세포(조혈모세포)를 제공하기 위한 시도다. 최근에는 한국의 성체세포 연구가 세계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발표장에서 가톨릭대 의대 오일환 교수는 산부인과에서 폐기되는 탯줄의 혈액에서 충분한 양의 줄기세포를 확보하는 방법을 개발해 세계적인 학술지 ‘블러드(Blood)’에 게재한다고 밝혔다.
행사에 참여한 미국국립보건원(NIH) 존 토머스 박사는 “미국은 현재 모든 줄기세포 프로젝트에 탯줄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연구 방향은 윤리적인 문제가 없고 임상시험도 활발한 탯줄로만 가야 하지 않을까. 연구자들은 대체로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야마나카 박사가 발견한 나노그의 예처럼 배아 연구는 줄기세포 자체의 기본 특성에 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아직 원하는 세포를 정확하게 분리해내기 어려운 성체줄기세포를 대상으로는 수행하기 어려운 실험이다.
문신용 세포응용연구사업단장은 “성체와 배아 연구를 상호보완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올해 국내에서 만든 줄기세포은행을 NIH 참석자들에게 소개하자 호평을 받았다”고 말했다. 연구를 본격화할 수 있는 안정된 기반을 갖춘 셈이다.
앞으로 10년 내에 임상시험 성공사례를 발표하는 게 사업단의 강력한 희망이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기자 ·wolfkim@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