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터넷]“큰 아이 게임중독에 엄마까지 우울증”

  • 입력 2003년 9월 29일 17시 11분


스스로 게임 시간을 자제할 수 없으면 게임 중독에 빠져 있을 공산이 크다. 24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백화점에서 열린 ‘자녀의 게임 중독 예방과 지도’ 첫 강연. -권주훈기자
스스로 게임 시간을 자제할 수 없으면 게임 중독에 빠져 있을 공산이 크다. 24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백화점에서 열린 ‘자녀의 게임 중독 예방과 지도’ 첫 강연. -권주훈기자
틈만 나면 컴퓨터를 붙잡고 게임을 하려는 아이를 ‘어릴 때는 다 그래’라며 그냥 방치하고 있지는 않은가.

동아일보는 초중고교생의 게임 중독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부모 세대가 게임을 모른다’는 데 있다고 진단하고 부모 세대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소장 어기준)와 함께 ‘자녀의 게임중독 예방과 지도’라는 무료순회강연을 10월 10일까지 현대백화점 각 지역점에서 열고 있다.

▽“우리 아이가 게임 중독에 빠질 줄 몰랐다”=첫 강연이 있은 24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강연장에서 만난 주부 김선옥씨(가명·42)는 강연에 아주 적극적이었다. 필기도 질문도 열심이었다. 강연이 끝난 후 기자가 면담을 요청하자 김씨는 긴 한숨부터 쉬었다. “중학교 다닐 때는 전교에서 6등까지 하던 아이가 고교 2학년인 지금은 하위권으로 떨어졌다. 더 큰 문제는 컴퓨터 게임에 집착하다 아버지와도 사이가 멀어졌다. 아이 아버지는 자식 하나 없는 셈 친다고 얘기할 정도다. 중독증세를 고쳐 보려고 온갖 것을 다 시도해 봤지만 별무신통이다. 아이가 중학교 시절 게임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할 때 제대로 지도해 주지 못한 것을 뼈아프게 후회하고 있다.” 김씨는 게임중독 때문에 생긴 가정불화로 밝은 색 옷을 입지 못할 정도로 항상 우울하다.

게임중독 예방 무료순회강연 일정
현대백화점날짜시간문의
목동점10월 1일(수)오전11∼12시반02-2163-1800
미아점3일(금)오후2∼3시반02-2117-1901
신촌점6일(월)오전11∼12시반02-3145-3383
중동점10일(금)오후 2∼3시반032-623-3311

초등학교 4학년 자녀를 둔 주부 김숙자씨(44)도 “부모가 아이들이 하는 게임 내용을 모르고 또래끼리 형성된 게임문화를 모르니까 문제가 커지는 것 같다”며 “강연을 듣고 나니 아이들 행동을 더 유심히 관찰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게임 제지하는 부모에게 신경질 내면 중독=어 소장은 강연에서 게임 중독 여부를 알아보는 간단한 방법을 소개했다. 부모가 ‘이제 게임 그만하고 공부해야지’라고 말했을 때 바로 그만두면 정상. ‘30분만 더 하고’라는 반응이 나오면 중독 초기 증상. ‘알았어, 알았어’라며 신경질을 내면서 계속하면 중독이 진행 중이다. 스스로 게임시간을 줄일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라는 얘기.

일반적인 중독증세로는 밥을 먹지 않고 게임에 몰두하거나 밤새 게임을 하고 학교에서는 잠을 자는 경우 등이 있다.

이보다 좀 더 세분된 진단을 받고 싶으면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산하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 홈페이지(www.iapc.or.kr)를 찾으면 된다. 40여개의 항목에 점수를 매기면 자동으로 합산해 중독 여부를 진단해 준다.

▽부모가 게임시간 협상 주도권 가져야=게임 중독을 예방하려면 먼저 부모가 아이들이 하고 있는 게임 내용을 알고 있어야 한다. 폭력성과 선정성을 기준으로 게임 등급이 매겨져 있지만 이런 사실조차 모르는 부모들이 대부분이다.

게임 사용 시간을 철저히 지킬 수 있도록 아이와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 아이들 자신도 컴퓨터를 사용한 시간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화면 옆에 사용시간을 기록하는 표를 부착해 두는 것도 방법이다.

어 소장은 “지금의 청소년들은 게임과 완전히 격리돼 살 수는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게임을 하더라도 PC방보다는 집에서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어 소장은 특히 맞벌이 부부는 자녀의 시간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아이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게임에 빠지게 된다는 것. 건설적인 시간 활용 능력이 부족한 아이를 위해 부모가 미리 대안을 마련해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임 중독 주요 증상
밥을 먹지 않고 게임에만 몰두한다.
밤새도록 게임을 하고 학교에서는 잠만 잔다.
게임으로 인해 건강이 나빠졌다.
가끔 현실과 게임공간의 구분이 안 될 때가 있다.
꿈에서도 게임에 관한 꿈을 꾼다.
게임을 하지 않을 때도 게임에 관한 생각뿐이다.
게임 때문에 가족과 매일 다툰다.
게임 때문에 학교 성적이 떨어졌다.
자료: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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