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피해자 백지영 '건강인터넷'캠페인 홍보대사로

  • 입력 2003년 5월 11일 16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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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인터넷을 깨끗하게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지 모릅니다. 동아일보가 나섰으니 기대가 큽니다."

동아일보 '건강한 인터넷' 캠페인의 홍보대사로 나선 가수 백지영씨는 11일 이번 캠페인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2000년 말 섹스 비디오 사건 이후 국내 인터넷 음란문화의 대표적 피해자로 꼽혀왔던 백씨. 당시 그의 비디오물은 컴퓨터 동영상 파일로 바뀌어 각종 음란사이트에 떠돌았다.

"사건이 있은 후 인터넷에 대한 생각이 180도 변했어요. 저는 각종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인터넷이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할 것이라고 믿었어요. 하지만 인터넷은 이제 말초신경과 감정만을 자극하는 곳으로 전락했습니다."

작은 얼굴에 커다란 눈 등 인형 같은 모습은 여전했지만 인터넷에 대한 백씨의 생각은 훨씬 깊고 분명해졌다.

백씨는 최근 집 주변 PC방에서 겪은 일을 소개했다.

"제 옆에 앉은 남자가 모 여자 연예인에 대한 욕설을 인터넷에 올리고 있더군요. 전화통화 내용은 더 가관이었죠. 그 연예인의 여성 팬에게 항의 전화를 받자 곧바로 자기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같이 (그 팬을) 번개(즉석 만남)로 꾀자'고 하더군요."

백씨는 용기를 내 그 남자에게 "하시는 행동이 거북하니 자리를 옮겨 달라"고 정중히 부탁했고, 다행히 그는 자리를 떴다.

얼마 전에는 이름을 숨긴 채 채팅을 하다가 중고교생들로부터 '나이 많은 X이 재수 없다'는 욕을 들었다는 백씨. 얼굴에 씁쓸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건강한 인터넷' 캠페인이 성공하려면 올바른 인터넷 사용 교육과 함께 잘못된 네티즌을 단속 처벌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 서버를 이용하거나 다른 사람의 아이디를 쓴다고 해서 단속할 수 없다고 하면 안됩니다. 단속과 처벌을 통해 룰(rule)을 세우지 않으면 건강한 인터넷은 절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6, 7월경 4집 발표를 앞둔 백씨는 "동아일보의 캠페인이 성공하면 제 이메일 함에도 음란 스팸메일이 사라지겠죠?"라며 밝게 웃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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