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여성 방광염, '과격한 사랑'의 찜찜한 뒷탈

  • 입력 2002년 11월 10일 17시 23분


방광염은 여성 누구나 한 번은 걸리는 흔한 질환이며 치료도 어렵지 않다.  /박영대기자
방광염은 여성 누구나 한 번은 걸리는 흔한 질환이며 치료도 어렵지 않다. /박영대기자
“자기, 혹시 성병 걸린 거 아니야?”

남편과의 성관계 뒤 배가 아프고 소변이 자주 마려운 새내기 신부. 결혼 전에는 아무렇지도 않았기에 ‘이 남자가 혹시…’하는 생각에 의심의 눈길로 남편을 바라본다.

그러나 남편의 과거에 신경 쓰기 전에 자신이 방광염이 아닌지 먼저 확인해 보는 게 좋겠다. 모든 여성이 평생 한 번 이상은 방광염에 걸리며 특히 가임여성은 성관계로 인해 생기는 경우가 많아 결혼 뒤 흔히 이런 증상을 겪기 때문이다.

●세균, 방광에 침입하다

방광염은 방광에 세균, 특히 대장균이 침입해 생기는 병. 성관계를 가질 때의 마찰 때문에 피부에 있던 세균이 요도를 통해 방광으로 들어간다. 여성은 요도가 짧고 질과 가까이 붙어 있어 세균감염의 위험이 남성보다 높다. 심한 사람은 성관계만 가졌다 하면 방광염에 걸려 관계 자체를 기피하기도 한다.

성관계를 하지 않았어도 △과로해서 피곤하거나 △소변을 4, 5시간 이상 오래 참았을 때 △폐경 이후 여성호르몬이 잘 분비되지 않아 방광의 점막과 근육이 위축됐을 때 △출산을 여러 번 한 뒤 괄약근이 약해져서 △소변찔끔증(요실금)에 걸려서 생기기도 한다.

방광염에 걸리면 소변이 자주 마려우며 소변을 봐도 시원하지 않고 소변색이 탁하고 불그스레하게 된다. 소변을 눌 때 요도 끝 부분이 아프고 소변을 누거나 참을 때 아랫배에 뻐근한 통증을 느낀다.

일반적으로는 병원을 찾아 3, 4일 정도 항생제를 복용하면 낫는다. 특히 방광염에 자주 걸리는 사람은 성관계를 갖기 전후에 항생제를 복용하도록 병원에서 처방해주기도 한다.

●콩팥(신장)까지 손상

방광염을 방치하면 방광 안의 세균이 콩팥까지 침투해 급성 신우염이 올 수도 있다. 신우란 콩팥 안에서 소변이 모이는 부위를 말한다.

급성 신우염에 걸리면 열이 나고 구토를 한다. 콩팥이 있는 옆구리 부위와 허리가 아프며 으슬으슬 추운 느낌이 드는 경우가 많다.

2주 이상 항생제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초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콩팥에 고름이 생기는 심각한 합병증이 생긴다. 드물지만 면역기능이 약한 사람이나 당뇨 환자는 패혈증이 와서 사망할 수도 있다. 증상이 심하면 입원해서 치료받는다.

●이런 습관을

세균이 요도로 들어갈 위험성이 높으므로 질 주변을 심하게 마찰하는 ‘과격한 사랑’은 피하는 게 좋다.

부부관계를 한 뒤 바로 소변을 보는 습관을 들이면 좋다. 들어간 세균이 바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흔히 사용하는 질 세척제를 너무 자주 사용하는 것은 금물. 정상적으로 있어야 하는 균까지 모두 죽여버리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피임시 질 속에 삽입해 정자를 죽이는 살정제 등을 사용하는 것도 좋지 않다.

소변은 3, 4시간마다 한 번씩 보는 게 정상이다. 그 이상 오래 참지 않고 규칙적으로 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특히 겨울에는 땀이 적게 나서 수분을 주로 소변으로 배출하게 되므로 더 주의가 필요하다.

비타민C가 풍부한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으면 도움이 된다. 탄산음료나 카페인이 많은 식품, 매운 음식, 술은 방광을 자극하므로 피한다. 방광염에 걸리면 소변을 볼 때 아프다고 물을 많이 마시지 않는 사람도 있는데 물을 충분히 마셔야 세균의 배출을 돕는다. 또 소변이 농축되면 세균이 더 잘생기므로 물을 마셔 소변을 희석시킬 필요가 있다.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3, 4일간 약만 먹으면 해결될 것을 그냥 뒀다가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결과를 초래한다.

(도움말〓을지의대 을지병원 신장내과 이중건 교수, 가천의대 길병원 비뇨기과 이종복 교수)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