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난 홈쇼핑서 PC 싸게 샀다

  • 입력 2002년 5월 20일 18시 11분


한 홈쇼핑 방송에서 쇼 호스트와 게스트들이 나와서 데스크톱PC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 LG홈쇼핑
한 홈쇼핑 방송에서 쇼 호스트와 게스트들이 나와서 데스크톱PC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 LG홈쇼핑
회사원 박모씨(35)는 얼마 전 한 밤에 케이블 방송을 보다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가 놀란 사연은 다음과 같다.

양대 홈쇼핑 방송사에서 비슷한 시간대에 개인용컴퓨터(PC)를 팔고 있었는데 곧 데스크톱 PC를 구입할 생각이던 그는 같은 가격에, 서로 다른 제품을 팔고 있던 양 방송을 돌려가며 흥미롭게 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홈쇼핑 방송에서 갑자기 다음과 같은 자막이 떴다. ‘라디오 만들던 회사에서는 라디오 구입, PC 전문회사에서는 PC구입.’ 경쟁 방송사에서 가전회사에서 출발해 PC까지 만들고 있는 한 일본회사의 제품을 소개하고 있는 것을 비난했던 것이다.

그러자 경쟁 방송의 쇼호스트(홈쇼핑 판매를 진행하는 사람)가 즉각 반박했다. “PC를 구입할 때는 애프터서비스(AS)가 진짜 중요하죠. 특히 어떤 회사가 합병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AS가 정말 걱정되지 않습니까?”

홈쇼핑을 통한 PC 판매 경쟁이 치열하다. 1997년 무렵 홈쇼핑 채널에 PC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에이, 믿을 만하겠어?”라며 반신반의하던 소비자들도 홈쇼핑을 통해 PC업체들이 저렴한 가격에 좋은 사양의 제품을 소개하자 뜨거운 호응을 보이고 있다.

▽어떤 제품 선보이나〓홈쇼핑 방송에서 잘 나가는 제품은 아무래도 저가형이다. 그러나 PC업체들이 홈쇼핑을 주요한 유통수단으로 취급하면서 제조업체에서 원가부담을 떠안는 경우가 많아 사양이 꽤 좋은 물건도 많다.

LG홈쇼핑에서 가장 잘 나가는 컴퓨터는 현주컴퓨터 주연테크 현대멀티캡 LG로직스 컴마을 등 중저가 브랜드들. 대표적 인기상품은 주연컴퓨터가 만든 펜티엄4 1.7㎓, 256MB더블데이터레이트(DDR) 메모리의 데스크톱 PC, LG로직스가 만든 펜티엄4 2.0㎓ 데스크톱 PC 등.

현재는 삼성 LGIBM 등 메이저 급도 참여하고 있는 중이다. 삼성전자는 3월 중앙연산장치(CPU)를 인텔의 펜티엄시리즈보다 저가형인 AMD의 프로세서를 채택한 모델을 내놓으면서 2시간 동안 30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인기 있는 모델은 애슬론 1800+와 256MB DDR를 채용한 데스크톱 PC. NEC 도시바 델 등 외국 PC 제조업체도 가끔 참가하고 있다.

CJ39쇼핑에서는 DDR 메모리를 채택한 펜티엄4 노트북PC와 AMD의 애슬론 프로세서를 얹은 데스크톱 PC가 인기를 끌고 있다. 컴팩의 펜티엄4 1.5㎓, 256MB DDR 메모리를 채택한 노트북 PC와 펜티엄4 1.4㎓, 256MB DDR 메모리를 얹어 멀티미디어를 강화한 노트북 PC가 특히 잘 나간다.

삼보의 애슬론XP 1800+ CPU와 완전평면 모니터를 얹은 데스크톱도 149만원대의 저가형으로 인기를 끌고있는 제품. 현주컴퓨터 삼성전자 후지쓰 도시바 NEC 등도 종종 소개되는 브랜드다.

이밖에 현대홈쇼핑은 삼성 LGIBM 현대멀티캡 삼보 컴팩 후지쓰 프리자리오 세이퍼 등 10여종류의 PC를 팔고 있다. 다른 방송보다는 노트북PC를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편. 우리홈쇼핑도 삼성 삼보 현대멀티캡 등을 취급하고 있다.

▽얼마나 잘 팔리나〓LG홈쇼핑은 4월 한 달 동안 PC 2만5000대를 팔아 한국 최대 전자상가인 용산 전자랜드21의 판매물량 2만대를 능가했다고 밝혔다. LG홈쇼핑은 올해 25만대이상을 팔아 연간 33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J39쇼핑은 4월 한 달 동안 1만2000대를 팔았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대비 무려 140% 성장한 것. 현대홈쇼핑은 한 달에 50억∼80억원의 매출을 PC 판매로 올리고 있다.

LG홈쇼핑 이혜영 과장은 “PC는 물건을 직접 보고 사야한다는 생각을 하던 사람들도 최근에는 방송을 통해 사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지난해 한국에서 팔린 PC 물량의 10%가량이 홈쇼핑 방송을 통해 팔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인기비결〓홈쇼핑방송이 PC의 새로운 유통채널로 각광받는 이유는 일단 가격이 싸기 때문. 비슷한 성능일 경우 인텔보다는 AMD CPU를 채택하는 식으로 저가형을 제안하고 있다.

제조업체는 새 상품을 내놓은 뒤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팔 경우보다 홈쇼핑 등 새로운 유통채널을 이용해야 손쉽게 ‘붐’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홈쇼핑을 자주 이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예전에는 물량이 적었기 때문에 가격대비 성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만족할 만한 성능의 제품이 소개되고 있다.

그렇다고 홈쇼핑에서 소개하는 PC 제품을 무작정 믿고 사면 안 된다. 자신이 원하는 사양에 대해 사전 조사를 통해 리스트를 정리해둔 뒤 원하는 물건인지를 확인해야한다. 예를 들어 메모리가 256MB라고 소개될 경우 SD램 제품인지 이보다 성능이 뛰어난 DDR 제품인지를 확인해야한다.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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