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세상]6㎜ 필름에 ‘나만의 세상’ 담아요

  • 입력 2002년 3월 18일 17시 37분


유소라양이 디지털영화 '난중일기'을 찍고 있는 모습.
유소라양이 디지털영화 '난중일기'을 찍고 있는 모습.
《유소라양(18)은 서울 영파여고에 다니는 3학년 학생. 그러나 디지털 영화 경력으로 보면 중학교 1학년 때부터 6년 동안 ‘너희가 중딩을 아느냐’ ‘커밍아웃’ ‘기억’ 등 12편의 개인작품을 만들어냈을 정도로 오랜 경력을 가진 ‘영화감독’이다.

특히 그의 최근작 ‘난중일기’는 영화정보 사이트 키노네트(www.nkino.com)가 주최하고 문화관광부 영화진흥위원회 한국문예진흥원이 공동 후원한 ‘2001 청소년 디지털 영상제’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유소라양은 디지털 영화의 첫걸음에 대해 "나도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과 도전에 대한 설렘만 있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꿈 많은 ‘소녀 감독’ 유양은 “별로 아는 것도 없는데 너무 아는 체해서는 안 된다”며 극구 사양하다가 디지털 영화 초보자들에게 ‘약간의 정보’를 주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며 다음과 같은 기고를 해왔다. 디지털 영화, 1주일만 하면 ‘유소라만큼’ 할 수 있게 될까?》

나는 중학교 때 방송반 시험을 치르러 갔다가 ‘조별로 영화 만들어보기’라는 과제로 처음 영화와 만났다. ‘예쁜 아나운서’가 되는 게 꿈이었던 열네살짜리에게 단순한 ‘오락거리’였던 영화는 색다른 의미로 다가왔으며 지금은 ‘커다란 무언가’가 돼 있다.

처음 청소년 영화제에 참가했던 중학교 2학년 때만 해도 참가 작품이 22편에 불과했다. 그런데 불과 4년이 지난 지금은 참가 작품 수만 당시의 10배가 넘는다. 영화제도 많이 생겼다. ‘디지털 영상세대’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지금은 디지털 영화에 관심을 갖는 또래의 친구들도 크게 늘었다.

자, 그렇다면 이제부터 캠코더와 PC로 영화를 만들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알아보자.

▼구상-시나리오-콘티 스스로▼

내게 있어 첫 작품은 호기심과 설렘이 뒤섞여 만들어낸, 어쩌다보니 어느새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 된, 그런 작업이었다.

어떤 얘기를 만들어야 할까. 가장 큰 고민이다. 너무 거창한 이야기를 꺼내지 말자. 작지만 오밀조밀하고, 거기다 자신의 상상력을 조금 덧붙일 수 있는 이야기면 좋겠다. 내가 찍은 ‘난중일기’는 방학숙제인 일기를 한꺼번에 쓰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뤘다.

초등학교 3학년생이 처음에는 방학숙제인 일기를 한꺼번에 써놓는다. 친한 친구도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나중에 들키게 될 것 같았던 주인공은 써놓은 일기대로 방학생활을 한다. 친한 친구는 바로 이 같은 주인공의 상황을 일기로 쓴다. 방학이 끝나고, 주인공은 일기를 내놓아 상을 받는다. 친한 친구는 친구와의 우정을 위해 일기를 제출하지 않아 벌을 받는다. 코믹한 이야기지만 제도 교육에 대한 비판을 담고자 했다.

이야기를 정했다면 그것을 잘 정리해야 한다. 정리를 위해서는 사전 조사가 참으로 중요하다. 스스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를 계속 고민하자.

나는 난중일기를 찍기 위해 내가 졸업한 초등학교를 찾아가 선생님께 부탁해 초등학생들의 일기를 읽어보기도 했다. 피해망상증 여고생 이야기를 다룬 ‘기억’을 찍기 위해 정신병원을 찾아가 의사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조사가 다됐으면 간단히 이를 기록해야 한다. 일종의 시나리오 단계다. 사실은 나도 이 작업은 잘 못한다. 작업하다보면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지 않아 고치기 일쑤다. 그러니까 처음엔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재미있게 써보는 게 중요하다. 큰 틀을 짜놓고 자꾸 고치다 보면 조금씩 좋아진다.

▼편집-조명장비는 대여점 이용▼

촬영을 위한 콘티도 짜놓아야 한다. 콘티는 시나리오 내용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에 대한 ‘단상’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나는 나만이 알 수 있는 이상한 형태의 사람과 배경을 발상이 떠오를 때마다 연습장에 그려 둔다.

막상 촬영을 시작하려면 장비가 걱정된다. 그런 경우 의외로 가까운 곳에 길이 있다. 부모님 또는 친구, 사촌, 옆집에서 흔히 갖고 있는 ‘가정용 홈비디오’만 있어도 된다. 특히 요즘은 카메라나 마이크 조명기구 편집기기까지 대여해 주는 곳이 많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나는 고 1때 아버지가 사 주신 6㎜ 디지털 캠코더로 찍고 있다. 디지털 캠코더는 컴퓨터와 호환이 잘 돼 편집에도 유리하다. 촬영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나는 1년여에 걸쳐 느릿느릿 찍고자 하는 장면을 완성해 간다.

▼모니터링 하면서 손볼 곳 체크▼

촬영한 내용은 꼭 모니터링해야 한다. 디지털 카메라의 경우 액정화면으로 다시 봐도 되지만 이 경우 화면이 작아 세심하게 모니터링하는 데 한계가 있다. 테이프나 캠코더를 TV에 잭으로 연결하면 큰 화면에 볼 수 있다. 종이에다 1번 테이프 몇 초부터 몇 초 사이는 내가 원하는 컷이다라는 내용을 써내려 간다. 어떤 장면은 재촬영해야 한다고 결론 내린다. 이처럼 작업하다보면 20분짜리 영화를 만드는 데 20개의 테이프가 들기도 한다. 물론 어떤 사람은 대여섯개면 된다고 한다.

모니터링까지 마치면 편집작업에 들어간다. 요즘은 대부분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한 디지털 영상 편집을 한다. 편집기기를 직접 사서 컴퓨터에 깔아 쓰기도 하지만 빌려 주는 곳도 많다. 어도비사는 ‘프리미어’ 제품에 대한 강의를 들으면서 활용해 보도록 해주고 있다.

프로그램별로 편집방법은 다 다르다. 또 자칫하다가는 편집을 해 놓았는데 파일이 깨지는 경우도 생긴다. 경험 있는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정리〓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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