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진통제 '콕스-2 억제제' 제2의 만병통치약 될까

  • 입력 2002년 2월 17일 17시 32분


‘아스피린의 100년 간 아성을 무너뜨릴 약이 등장했다.’

1899년 해열(解熱) 진통제로 첫선을 보인 뒤 갖가지 효과가 추가 확인돼 ‘만병통치약’으로 각광받고 있는 아스피린. 최근 아스피린의 명성에 그림자를 드리울 ‘제2의 만병통치약’이 등장하고 있다.

제2의 만병통치약은 바로 1998년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판매 승인을 받아 이듬해 초 시장에 선보인 진통소염제 ‘콕스-2 억제제’.

콕스-2 억제제 의약품으로는 파마시아와 화이자가 공동으로 판매하고 있는 쎄레브렉스와 MSD사의 바이옥스 두 가지가 나와 있다.

두 약의 성분은 다르지만 같은 작용을 한다. 관절염 생리통 등 각종 통증을 누그러뜨리고 가족성대장암의 예방에 효과가 인정되고 있다.

이 약은 두경부암 폐암 등 각종 암을 예방하는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또 현재 치료제가 없는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할 묘약으로도 희망이 비치고 있다.

아스피린은 진통소염 효과 외에 심근경색 뇌중풍 결장암 등의 예방 효과가 밝혀졌고 불임 효과 등이 검증되는데 수십년이 걸렸다. 이에 비해 콕스-2 억제제는 개발된 지 2, 3년 만에 이보다 더 놀라운 효력이 입증되거나 기대되고 있다.

더구나 콕스-2 억제제는 위장장애 출혈 등 아스피린의 고질적인 부작용도 없다. 보험약가는 1정에 1400원선, 보험혜택을 받으면 종합병원에서는 절반값만 부담한다.

▽콕스-2 억제제란?〓이 약은 인체에 염증이 생겼을 때 생기는 ‘콕스-1’과 ‘콕스-2’라는 두 가지 효소 중 위장을 보호하는 콕스-1 효소는 망가뜨리지 않고 콕스-2만 억제해서 염증과 통증을 가라앉히는 약이다. 기존의 진통제는 ‘콕스-1’도 억제했기 때문에 진통제를 오래 먹는 사람은 위장장애를 겪기 마련이었다.

‘차세대 진통제’로서 아스피린과 달리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구입할 수 있다. 지난해 정부가 보험재정의 적자를 줄이기 위해 이 약의 사용을 제한하려고 하자 환자들이 들고 일어나 ‘사용 한도’가 넓어지기도 했다.

▽암 예방제로 기대〓최근 미국에서는 콕스-2 억제제가 대장암, 두경부암, 폐암 등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 ‘암 예방약’으로도 개발 중이다.

서울대의대 종양내과 방영주 교수는 “콕스-2라는 효소는 세포의 자연적인 사멸을 막고 암세포의 전이를 도우며 암세포가 영양분을 빨아들이기 위해 새로 만든 혈관이 자라는 것을 돕는 등 암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콕스-2 억제제는 암 직전 단계에서 암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거나 암 치료 뒤 재발을 막는 ‘화학적 암 예방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

처음 암 예방 효과가 입증된 것은 대장암 분야. 대장암의 5∼10%는 순전히 유전적 이유 때문에 생긴다. 이 대장암은 가족샘종폴립증(FAP)이 암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FAP인 사람에게 암으로 발전하기 전 콕스-2 억제제를 투여해 암 예방 효과를 확인했다. 예전에는 대장을 광범위하게 잘라낼 수밖에 없었다. 국내에서도 2000년말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쎄레브렉스를 가족성대장암의 예방적 보조 치료제로 사용하도록 승인했다.

이밖에 두경부암 식도암 대장암 방광암 등에도 암 직전 단계에서 콕스-2 억제제가 암 진행을 막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폐암에 대한 효과도 임상시험이 준비되고 있다. 조만간 미국 UCLA대 연구진이 120명의 폐암환자와 흡연자 20여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다.

▽치매도 예방한다〓네덜란드 연구팀이 최근 미국의 의학전문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기존의 진통제인 비(非)스테로이드제제를 2년 동안 매일 복용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알츠하이머병 발병률이 8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학자들은 비스테로이드제제가 뇌에 생기는 사소한 염증을 차단하기 때문에 치매를 예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콕스-2 억제제는 비스테로이드제제보다 뛰어난 소염 작용이 있기 때문에 치매 예방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는 2500명을 대상으로 콕스-2 억제제의 치매 예방 효과를 확인하는 대규모 임상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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