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섹션]인터넷도 입체시대…'3차원 인터넷 실감 나네요'

  • 입력 2001년 3월 4일 18시 32분


2002년 6월초 서울 상암동 월드컵 주경기장. 한국과 미국의 예선 경기를 렌즈가 2개 달린 ‘양안 HD카메라’가 촬영중이다.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은 금산에 있는 위성기지국을 통해 무궁화3호 위성으로 전송된다. 무궁화3호는 45Mbps의 고속으로 전세계에 전파를 쏘아보낸다.

같은 시간 로스앤젤레스의 한 가정. 특수안경을 쓴 가족이 디지털TV 수상기에서 나오는 박진감 넘치는 입체 영상에 넋을 놓고 있다. 공격수가 찬 공이 쏜살같이 코앞으로 날아오는가 하면 옆구리를 비집고 들어오는 수비수의 태클에 절로 몸이 웅크려지기 때문이다.

이 시나리오는 꿈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소(ETRI)는 이미 관련업계와 함께 ‘월드컵 3차원 중계팀’을 가동중이며 올 10월에는 위성을 이용한 입체고선명영상 전송실험을 실시할 예정이다. 일본에서도 이와 같은 입체영상쇼를 대대적으로 준비중이다.

놀이공원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입체영상이 성큼 안방으로 들어오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입체영상을 제공하는 사이트와 개인용 입체영상 기기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입체화면은 양쪽 눈이 사물을 보는 각도가 다르다는 것을 이용한다. 2대의 카메라(또는 렌즈가 2개 달린 카메라)로 동시에 촬영한 영상을 오른쪽 눈과 왼쪽 눈에 따로따로 비춰주면 깊이감과 입체감이 느껴진다. 특수안경을 쓰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입체영상을 인터넷을 통해 구현하는 기술은 최근에야 일반화됐다. 현재 업계에서는 게임과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와 전자상거래, 교육 분야에서 입체영상 이용이 큰 붐을 이룰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VR매니아(www.vrmania.com)는 ‘3차원 입체영상 포털’을 지향하는 사이트다. 제한된 장소에서 비싼 장비로 봐야만 했던 입체영상을 인터넷에서 본격 서비스하는 것은 이 사이트가 처음이다. 현재 입체영상을 기반으로 게임, 쇼핑몰, 아바타 채팅, 영화, 애니메이션, 성인물 등을 서비스 중이다. 이 회사는 한국대학생선교회(CCC)와 제휴를 맺고 입체영화 ‘예수’의 제작에도 나설 예정이다.

VRSEENET(www.vrsee.net)에선 3차원 입체 게임과 입체기술 관련 뉴스를 볼 수 있다. 동호회도 있어 네티즌들이 직접 만든 작품을 소개하기도 한다. 이밖에 에이앤디(www.andkr.co.kr), 파워TV(www.power―tv.com) 등의 사이트에서도 입체영상 자료를 제공한다.

입체영상 기술은 그동안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 중심으로 개발이 진행됐으나 지난해를 기점으로 우리나라도 관련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2차원용으로 제작된 영상을 3차원으로 바꿔주는 기술이 개발되기도 했다.

서울시스템(www.ssc.co.kr)이 최근 시판한 ‘3D 플러스’는 2차원으로 제작된 Mpeg1 형식의 뮤직비디오와 비디오 CD를 3차원 영상으로 자동변환해 준다. 이 제품은 동영상 화면 각 부분(픽셀)의 움직임을 추적해 원근감 효과를 넣어주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따라서 ‘툼레이더’ 등 3차원용으로 제작된 것 이외의 게임도 입체영상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서울시스템측의 설명이다.

입체영상도 일반 영상과 마찬가지로 스크린이 클수록 더 현실감을 느낄 수 있다. 다만 3차원 입체이기 때문에 스크린 넓이가 2배만 커지면 2의 3제곱인 8배 만큼 효과가 커지는 것이 장점. 아직까지는 보통 영상보다 어두워 보이고 안경을 써야하기 때문에 약간 어지러움을 느끼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안경 없이도 3차원 영상을 즐기는 기술이 주류를 이룰 전망이다. 미국 DMA는 허공에 입체영상을 띄워 360도 어디서나 감상이 가능한 기술을 이미 개발해 놓은 상태다. 국내 벤처기업 엑스오비스(www.xorbis.com)도 최근 오목거울 효과를 이용에 허공에 입체영상이 떠오르게 하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VR매니아 김성수 팀장은 “디지털 방송이 시작되면 입체영상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될 것”이라며 “일본은 2002년 월드컵을 대비해 A경기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기를 B경기장 그라운드 위에 홀로그램 방식으로 중계하는 ‘버추얼 스타디움(Virtual Stadium)’이란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문권모기자>africa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