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정부-학계 경영전략 적극 제시할때"

  • 입력 2000년 12월 25일 18시 23분


1년 전 미국이 유례없는 장기 호황을 누리고 있을 때 신경제(New Economy)를 분석할 새로운 경제학적 분석 도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대두된 적이 있었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과연 신경제가 존재하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기왕의 경제학으로도 충분히 분석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하였다. 최근에 이르러 미국경기의 경착륙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이와 같은 논쟁의 열기도 다소 식은 감이 있다.

신경제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또 새로운 경제학의 등장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현 시점에서 잠정적으로 결론을 내리자면 최근의 경제 양태는 과거와 확연히 구별되는 측면이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경제학으로 상당 부분 설명과 분석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최근의 특징적 경제 현상의 하나는 과거 전통적인 산업에서 존재하였던 독점력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법적, 제도적 진입 장벽의 와해와 인터넷 기술의 보편적 확산으로 e비즈니스 관련 시장을 중심으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또한 생산량이 늘수록 단위당 생산비용은 하락하는 수확체증의 법칙이 지배하고 개인, 조직, 기업, 산업 및 국가 간의 유기적인 관계가 강해지면서 경제의 역동성과 불안정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최근까지도 많은 기업들이 패배에 대한 두려움이 없이 시장에 진입하고 있었지만 불과 수개월 사이에 수많은 탈락자가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음이 이 사실을 입증한다. 이밖에도 기업 정보의 비대칭성, 온라인 신용제도의 확충, 지적재산권, 표준화, 지나친 가격 경쟁, 소비자 주권 문제 등 종래에 볼 수 없었던 문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의사결정의 분권화가 사회적 규범으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 하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나 간섭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러나 경제 사회적 불안정성을 줄이고 새로운 경제체제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 정부는 법과 제도 등 무형의 사회간접자본 구축에 노력하여야 한다.

따라서 경제학은 일차적으로 정부의 정책 수립을 위한 조언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그동안 실제 기업의 전략수립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경제학도 앞으로는 가격과 품질 전략, 고객 확보 전략, 광고, 경쟁과 협조 등 제반 경영전략의 제시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 재 철<한국과학기술원(KAIST)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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