옌볜은 지금 ‘PC방 열풍’

  • 입력 2000년 11월 26일 18시 23분


“옌지(延吉)시 거리를 거닐다보면 PC방들이 심심찮게 눈에 띄며 옌볜(延邊)대학 부근은 PC방거리를 방불케 한다.”

최근 길림신문은 중국 조선족자치주인 옌볜에 불고 있는 인터넷 열풍을 이렇게 보도했다. 취재를 위해 기자가 지난주말 오후 한나절을 보낸 길림신문(www.jilinxinwen.com)의 웹사이트 대화방도 베이징(北京), 옌볜 등지에서 접속한 조선족 동포로 북적이고 있었다.

E메일을 확인하러 PC방에 들렀다는 한 사람(ID Boyskawk)은 PC방 이용료가 비싸냐는 질문에 “PC방은 지방에 따라 다르나 옌지는 좀 비싼거로 알고요, 시간당 원래는 5원이었는데 지금은 3원으로 알고 있지요”라고 설명했다.

인터넷방송국에서 일한다는 한 여성(ID tuzi)은 “PC방이나 집 모두 모뎀으로 연결하기 때문에 인터넷 속도가 너무 느려요”라며 불평을 하기도 했다.

옌볜체신국이 정식으로 인터넷업무를 시작한 해가 1994년. 2년사이에 옌볜지역 인터넷접속자가 600여명에서 8000여명으로 13배이상 크게 늘었다. 현재 옌볜에서 개설된 웹사이트는 30개 내외. ‘연변창구’(yanbian.jl.cninfo.net)가 대표적이다. 한글판과 중국어판을 모두 제공하기 때문에 읽고 쓰는 데 불편함이 없다. 이 외에도 ‘옌지넷’(www.yanji.net), ‘옌볜교육정보’(www.yanbian―edu.com), ‘옌볜과학기술대학’(www.yust.edu) 등이 홈페이지를 개설해 놓고 있다.

옌볜은 인터넷 개인이용자가 급증하는 반면 독립된 도메인을 갖고 있는 업체는 불과 10여개에 불과하다. 기업의 인터넷 활용은 저조한 편.

하지만 벤처1호인 ‘세종인터넷개발유한회사’(www.sejong.com.cn)가 설립되는 등 인터넷 벤처에 대한 관심이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이를 반영하는 듯 길림신문은 최근호에서 ‘벤처산업 인재육성과 21세기 조선족 사회의 미래’ 등의 기획기사를 연재하기도 했다.

옌볜의 인터넷 벤처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만큼, 국내의 옌볜에 대한 관심도 부쩍 늘고 있다. 올해 옌볜과학기술대학내에 인터넷연구소를 설립한 ㈜한글과 컴퓨터(대표 전하진), 중국어포털사이트를 준비중인 NGC(대표 김동환·류현제) 등이 바로 그 업체들.

NGC의 김대표는 “옌볜 지역은 중국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구사할 수 있는 인력이 많아 한국의 인터넷기술과 콘텐츠 기획능력이 이들과 결합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고 기대했다.

옌볜의 인터넷 열풍이 자칫 거품으로 흐르지는 않을까. 조선족유학생커뮤니티(www.koreachinese.com) 운영을 맡고 있는 황금하씨(30·여·한국과학기술원 전산학과 박사과정)는 이렇게 말했다. “조선족 벤처는 조선족 사회 뿐만 아니라 중국과 세계의 벤처다. 인력과 자금에서 중국과 한국 모두를 쉽게 접할 수 있어서 오히려 유리하다.”

<권혜진기자>hj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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