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기업 CEO들 '추풍낙엽'…8월이후 350명 옷벗어

  • 입력 2000년 11월 12일 20시 53분


‘가을 바람이 무섭다.’

해외 닷컴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마지막 잎새’처럼 떨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이들의 기세는 하늘을 찔렀다. 그러나 닷컴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여론마저 등을 돌리면서 경영책임을 진 CEO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CEO들은 회사를 살리기 위해 인력을 대량 해고하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몸부림’을 해보지만 이것이 오히려 사원들과의 관계를 악화시켜 퇴진을 촉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터넷포털인 알타비스타의 로드 슈록사장과 세계적인 통신장비 기업인 루슨트테크놀러지의 리치 맥긴회장은 지난달 말 경질되거나 사표를 냈다.

99년 취임한 슈록씨는 경쟁업체인 야후를 의식해 1억 달러 이상을 기업합병과 사이트 개편에 투자했으나 수익구조가 빈약하고 성장이 너무 더딘데 책임을 지고 스스로 사임했다.

맥긴 회장의 경질도 예견된 일. 올들어 세 차례에 걸친 매출감소 발표로 지난 1년간 주가는 84달러에서 75%나 폭락했다. 경질의 직접적 이유는 올 1·4 분기 실적이 저조한 것.

루슨트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7% 감소하고 순익은 서류상 손익분기점을 겨우 초과했다.

추풍낙엽(秋風落葉)에 비유되는 닷컴 기업 CEO의 추락은 올 8월부터 전주곡이 울렸다.

소프트웨어 제조업체인 코렐을 창업하고 15년 동안 최고경영자를 맡아온 마이클 코플랜드는 재정이 악화되고 판매가 감소하자 이를 견디지 못해 자리를 물러났다.

코플랜드씨는 인터넷 및 네트워크 응용 제품에 이어 올해 초 리눅스를 기반으로 한 소프트웨어 운영체계를 다른 회사 보다 먼저 내놓으며 저돌적인 공세를 폈으나 무위에 그쳤다.

유럽 최대 음성인식 소프트웨어 회사인 런 앤 하스피(L&H)의 개스톤 바스티앤스회장도 ‘퇴출’명단에 올랐다.

인터넷 업계의 임직원 동향을 조사하는 그레이 앤 크리스마스(CGC)는 올 10월 한 달 동안 하루 평균 6명의 CEO들이 회사를 그만두는 사상 최악의 수난 시대를 맞고 있다고 밝혔다.

이 조사에 따르면 올 8월부터 10월까지 회사를 그만 둔 CEO 수는 350명으로 지난 해 같은 기간 동안 발표된 수치인 138명보다 153%가 높은 기록이다.

<정위용기자>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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