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dongaScience.com]알카리 식품은 무조건 좋다?

  • 입력 2000년 11월 8일 18시 58분


한 아이가 창문을 열고 손을 내밀어 빗물로 장난을 치려고 합니다. 이 때 아빠는 ‘안 돼, 산성비야’라고 타이르며 창문을 닫습니다. 뒤를 이어 ‘혹시 산성물을 마시고 있지 않으세요. ○○정수기’라는 제품안내가 나옵니다.

이 광고는 자식을 보호하려는 아빠의 이미지를 통해 산성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극대화시켰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터넷 동아사이언스(dongaScience.com) 이호진 통신원은 광고에 나오는 과학용어를 짚어보는 연재를 하고 있습니다. 이 연재 내용 가운데는 산성물과 산성비는 매우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지적한 글이 있습니다.

산성비는 pH가 5.6 이하인 상태입니다. pH는 용액 속에 들어있는 수소 이온의 농도를 나타내는 값으로 1∼14까지 있는데, 이 값이 낮을수록 수소이온의 농도가 높다는 뜻입니다. 수돗물이나 오염되지 않은 빗물도 약산성입니다. 여기에 식초 몇 방울만 넣어도 pH는 3∼5가 됩니다.

같은 산성이라도 수소이온의 출처가 문제입니다. 식초의 경우 아세트산이라는 약한 산에 의해 수소 농도가 결정되지만, 산성비에는 대기 중의 오염 물질인 아황산가스, 이산화질소가 수분에 녹아 만들어진 황산과 질산라는 아주 강한 산이 섞여 있습니다. 이런 산성비는 토양을 산성화시켜 결국 산림을 황폐하게 만듭니다. 그러므로 산성비와 산성물을 동일시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정확하지 않다고 볼 수 있겠죠.

요즘 인기를 끄는 알칼리성 식품에도 오해가 있습니다. 알칼리성은 산성의 반대이니 무조건 좋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알칼리성 식품이란 우리 몸 안에서 분해됐을 때 알칼리성을 띠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레몬이나 사과는 자체로는 산성이지만 알칼리성 식품으로 분류됩니다. 또 우리 몸에는 급격한 pH 변화를 막기 위한 완충용액이 들어 있어 알칼리성 식품을 먹는다고 바로 pH가 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산성이든 알칼리성이든 골고루 먹는 일이지 몸을 두고 화학실험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영완동아사이언스기자>pus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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