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평 전세사는 매출 110억원대 벤처사장"

  • 입력 2000년 9월 25일 18시 37분


‘매출액 110억원에 12평짜리 전세 아파트’

웹컨설팅 업체인 (주)홍익인터넷 노상범(33.사진)사장은 서울 관악구 남현동의 12평짜리 전세 아파트에서 산다.올해 매출액 110억원 순이익 35억원을 예상하고 있는 벤처기업 사장이 12평짜리 아파트에 산다고 하면 웬만한 사람은 믿지 못하는 게 사실.

그나마도 마포구 성산동에 전세 4000만원짜리 연립주택에서 살다가 회사가 강남으로 이전하는 바람에 1000만원을 올려 올 3월에 이사한 집이다. 방 하나에 주방을 겸한 거실이 전부인 이 아파트에 사는 식구는 다섯 살바기 쌍둥이와 아내까지 모두 네명.목욕탕에 욕조가 없어 불편한게 가장 큰 어려움이지만 그럭저럭 살만 하다는게 노사장의 ‘천역덕스러운’답변이다.

홍익대 3학년을 중퇴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햄버거 장사에서 관광 가이드,장난감 대여업까지 안해본 일이 없이 세상 경험을 했던 그가 홍익인터넷을 설립한 것은 지난 97년.천리안 네트워크 유저 동호회에서 ‘쌍둥 아빠’라는 ID로 스타가 됐던 그는 웹 분야의 경험을 살려 단돈 2500만원에 회사를 설립했다.

홍익은 인터넷 붐을 타고 홈페이지 제작이라든지 각종 인터넷 기업들에게 웹 컨설팅 요청이 늘어나면서 회사 규모가 급격히 커져 지금은 직원수가 100명이 넘는 웹컨설팅 분야의 ‘대표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집 살 돈을 모으려면 월급밖에 없었어요.주식이야 갖고 있지만 처분할 것도 아니고 대규모 투자도 받았지만 회사돈이지 제 돈은 아니었거든요.아내에게 미안하긴 하지만 집에 투자할 여력이 있으면 회사를 키우는데 쓰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노사장은 생각만큼 ‘자린고비’는 아니다. 최근에 고용한 엔지니어에게 억대 연봉을 준 것이나 자신이 업무용으로 쓸 삼성 SM5 승용차와 기사까지 고용한 것이 그 예다.

”하루의 3분의1 이상을 차 안에서 보내기 때문에 승용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을 효과적으로 T사용하기 위해서는 운전사가 필요했습니다.아직 사업초기인 홍익에 노상범이 없다면 매우 힘들것이라는 생각을 하니까 분에 넘치는 승용차와 기사는 일종의 ‘보험’이라고 생각하고 투자했지요“

홍익의 한 직원은 “요즘 잘 나가는 벤처 사장들치고 12평 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벤처 정신을 잃지 않는 사장의 소탈함을 직원 모두가 존경한다”고 말했다.

<이훈기자>dreamlan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