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정씨 홈페이지]내 아이옷은 내가…"다솜이네와 의논하세요"

  • 입력 2000년 7월 4일 18시 50분


재봉틀과 인터넷의 만남?

아이옷 만들기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 ‘다솜이네 집’(www.dasom.pe.kr)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만남만큼이나 흥미롭다. 옛날 어머니들의 필수 혼수품목이었던 재봉틀, 그리고 디지털시대의 총아 인터넷.

전업주부 조은정씨(32·경기 고양시 일산구 백석동)가 알뜰한 엄마로서의 경험을 사이버세상에 펼쳐놓았다.

▼재봉틀-바느질 정보등 가득▼

초등학교 1학년생 다솜이와 세살배기 기원이의 엄마인 그가 PC와 스캐너를 사용하는 솜씨가 재봉틀 다루는 것 못지 않게 능숙하다.

“엄마들은 내 아이에게 인스턴트 음식보다는 직접 만든 음식을 먹이고 싶어하잖아요. 옷도 마찬가지죠.”

조씨가 처음 다솜이의 옷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다솜이가 백일되던 1993년 여름. 서울 성북구 정릉동에서 전세 살던 시절, 놀고 있던 주인집 재봉틀을 빌려 ‘무작정’ 옷을 만들어 입히기 시작했다. 대학시절 같은 과 선배였던 남편 송주원씨(32·두본건축 설계실장)는 “뭐 그런걸 만들어 입히냐고 했다가 다투기도 많이 했다”며 웃었다.

‘청자굽는 장인’처럼 혼자만의 지식으로 끝날 뻔했던 조씨의 아이 사랑은 인터넷을 만나 날개를 달았다.

올초 홈페이지작성 무료교육을 받고 난 뒤 바느질방법, 재봉틀 이용방법 등의 정보를 찾아 고양시립도서관에서 책과 씨름했다. ‘재봉틀 공동구매’를 시작하겠다는 욕심에 영등포 유통상가, 을지로의 미싱거리를 헤매다 재봉틀업체 사장에게 시중에서 판매되는 최저가보다 2만∼5만원 싸게 살 수 있는 길도 마련했다.

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사이트가 문을 연 것은 다솜이의 여섯번째 생일인 5월 14일. 야후 등 인터넷포털 사이트에 이름을 올리고 여성지 게시판에 ‘초대장’을 띄우는 억척 끝에 조회수가 하루 200여회로 늘어났다. 회원은 전국적으로 600여명.

▼원단구입 지방회원에 택배도▼

“의외로 20대 미혼여성이 60%를 넘어요. 주부들이 인터넷에 익숙지 않은 이유도 있겠지만 결혼한 뒤 자기 아이에게 옷을 만들어주고 싶은 여성이 많다는 뜻이겠죠.”

다솜이네 집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바느질 방법, 재봉틀 정보, 나이별 패턴, 헤어밴드만들기, 인형만들기 등. 최근에는 “예쁜 아이옷 원단을 대신 구입해달라”는 지방 회원들의 요구로 일주일에 두번씩 동대문 시장에서 원단을 사다 택배로 부쳐주고 있다. 최신 정보를 업데이트하기 위해 1주일에 한번은 백화점과 시장에 ‘헌팅’을 나가 디자인과 원단을 둘러본다.

▼벤처기업들 제휴요청 많아▼

최근에는 육아전문 사이트를 운영하는 벤처기업들이 전략적 제휴를 요청해와 사이트를 링크하는 계약도 맺었다.

“돈이 되냐고요? 나중에는 욕심이 날지 몰라도 지금은 그저 아이들 옷 만드는 게 즐거운 엄마들이 모이는 공간을 만든다는 게 즐거울 뿐이에요.”

아이 키우는 엄마들을 위한 육아 포털사이트로 키워내겠다는 것이 꿈. ‘진짜배기’ 엄마가 만드는 콘텐츠의 우수성을 확신하고 있다.

“벤처기업 하는 사람들이 아무리 고객을 위한다고 해도 어디 내 아이 위하는 엄마 마음만 하겠어요?”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