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oomma.com'…인터넷 통해 뭉친 '아줌마의 힘'

  • 입력 2000년 6월 20일 19시 00분


코멘트
아:아!옛날이여 아가씨였던 때가 언제였던가

줌:줌렌즈 뒤로 돌려 옛날로 가봤으면

마:마냥 좋겠지만, 그래도 난 지금이 더 좋아

‘아줌마’를 운으로 한 3행시다. 주부전용 인터넷사이트 ‘아줌마닷컴(www.azoomma.com)’이 마련한 아줌마를 주제로 3행시 짓기대회. 여기에 쏟아진 아줌마들의 자화상은 “역시 지금이 좋다”는 것이었다.

한때 남성도 여성도 아닌 제3의 종족 쯤으로 간주돼 은근히 무시되어온 아줌마들. 그런데 이들이 아줌마인 지금이 좋다고 한 이유는 뭘까.

“스스로 아줌마의 힘을 깨달은 거죠. 예전엔 치맛바람이나 일으킨다느니, 지하철에서 빈자리나 차지하려고 한다느니 하는 소리를 들었지만 뒤집어보면 그만큼 아줌마들이 열정적이고 추진력과 개발욕구가 많다는 뜻 아닙니까.”

▼"사이트 접속후 자신감 생겼어요"▼

아줌마닷컴 이강민이사는 “인터넷이 이같은 힘을 한데 모으고 승화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현실공간에서 수다를 떨면서, 돈을 쓰면서, 또는 집안일을 하면서 날려보냈던 아줌마들의 에너지가 인터넷을 통해 삶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아줌마문화를 만드는 것으로 승화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사이트 회원인 1만여명의 아줌마중 3분의 2정도가 인터넷이 접한지 6개월이 채 안된 초보들이다. 그래도 접속 전과 접속 후의 삶은 하늘과 땅차이라고 말한다.

“인터넷 배우기 시작한 지 15일 됐어요. 컴퓨터 실력이 늘면서 스스로가 생각해도 용감해지고 자신감이 생겼어요. 좋은 친구들도 많이 만날 수 있구요. 갈 곳없다고 헤매지말고 인터넷으로 들어오세요.(베오울프)”

“5학년인 아들이 컴퓨터하는 것을 어깨너머로 지켜보다 어느날 용기를 내 컴퓨터 앞에 앉았다. 아직 워드도 손에 익지 않았지만 그래도 제법 재미를 느껴간다.(sys)”

이들은 인터넷 속에서 공통의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자신이 아는 것을 다른 아줌마들에게 가르쳐주면서 지식공동체를 만들어나간다. 특히 일상의 삶속에서 아줌마만이 느낄수 있는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아줌마닷컴의 특징. ‘고딩아들딸을 둔 엄마는 오세요’‘아토피성 피부 고민을 가진 분’‘아들만 있는 집’과 같은 ‘평범한’모임부터 ‘못된 시어머니 나쁜 며느리들 모이세요’‘부산이 시댁인 서울며느리 모임’같은 독특한 모임도 있다.

▼체험 공유-모임 결성등 열성적▼

이같은 아줌마들의 체험 느낌 정보를 내집, 내 아이에만 쏟아부을 것이 아니라 나누고 더하여 더 나은 삶의 바탕으로 만드는 것이 아줌마문화의 출발. 아줌마닷컴은 가정의 달의 마지막 날인 5월31일을 아줌마의 날로 정하고 아줌마의 권리와 의무를 담은 아줌마헌장을 선포하기도 했다. 헌장은 ‘나는 21세기 정보화시대 아줌마로서 나자신은 물론 가정과 사회의 변화와발전을 위해 주체적인 역할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는 문구로 시작된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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