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자키' 왕정현씨, 채팅하며 중국음악 소개

  • 입력 2000년 5월 7일 19시 59분


“아니타 방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지금부터 저와 함께 중국음악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보시죠.”

화상채팅 사이트 ‘오마이러브’(www.ohmylove.co.kr)에는 한달전부터 오후 10시쯤 찾아오는 ‘단골손님’이 생겼다. 채팅방에서 직접 대화를 나누는 10명과 참관하는 500명을 대상으로 중국음악을 소개하는 ‘네트워크 자키’(NJ) 왕정현씨(26·성균관대대학원 중어중문학과2).

NJ란 채팅 상대자와 이야기를 나누며 음악을 소개하고 때로는 춤도 추는 인터넷 디스크자키(DJ). 웹자키(WJ)가 인터넷 상에서 일방적으로 음악과 각종 얘기를 들려주는 안내자인 반면 NJ는 음악을 같이 듣는 사람들과 인터넷 상에서 대화를 나눈다는 것이 큰 차이점.

사람의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활기찬 목소리에 화교 출신으로 중국음악에 해박한 왕씨와 같이 하다 보면 1시간이 눈깜짝할 새 지나간다. 왕씨는 자키와 인연이 깊다. 중국음악만을 들려주는 한 음악전문 케이블TV에서 97년 공모한 비디오자키에 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고 올해 1월부터는 데이콤의 인터넷 라디오 ‘새로운방송’에서 WJ로 활동하고 있다.

왕씨는 “NJ는 함께 음악을 듣고 대화를 나누는 상대방이 눈앞에 있기 때문에 일방향적인 라디오 DJ나 미리 녹음하는 WJ와는 차이가 있다. 그래서 이야기 주제도 더 많이 준비해야 하고 내가 갖고 있는 600여장의 중국음악 CD에서 더 좋은 곡을 고르기 위해 신경쓴다”고 말한다.

왕씨 대화방의 또 다른 장점은 중국어도 배울 수 있는 것. 왕씨는 홍콩 영화배우 재키 찬(成龍)이 97년 내한했을 때 통역을 맡았을 정도로 중국어에 능숙해 중국노래를 통해 중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왕씨의 ID 아니타도 재키 찬이 지어주었다.

왕씨가 모든 걸 혼자 해결하는 반면 오마이러브의 또 다른 NJ ‘궁중악사’는 팀으로 운영된다. 임성현씨(26·방송통신대3)는 NJ, 김동주씨(24·프로그래머)는 음악선곡과 엔지니어, 백정균씨(23·PC방운영)는 대본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은 경기 성남시 태평로 백씨의 PC방에 컴퓨터 4대, 키보드 한 대, 웹 카메라를 갖춘 5평 정도의 스튜디오를 따로 마련하고 방송할 정도로 열성이다.임씨는 “NJ는 채팅 상대방의 반응에 따라 대응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임기응변에 능해야 한다. 또 상대방이 원하는 곡을 인터넷에서 재빨리 찾을 수 있는 컴퓨터 실력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호성기자>ks10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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