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GITAL동아일보]"어, 벤처 연봉이 겨우 이정도?"

  • 입력 2000년 4월 28일 18시 17분


▼부푼꿈 안고 이직…이직…정작 기다리는건 박봉▼

벤처기업의 매력은 스톡옵션(주식 선택매수권)에 있다. 스톡옵션을 받으면 싼 값에 회사주식을 살 수 있기 때문에 본인이 열심히 일해 회사 주가를 올린 뒤 그 차액을 챙기면 '억대부자'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그러나 벤처기업으로 옮기면 누구나 쉽게 돈방석에 앉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벤처기업의 연봉을 따져보면 일반기업보다 많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종전에 다니던 직장에서보다 깎인 월급을 받는 경우도 많다.

스톡옵션이라는 보장되지 않는 '부푼 꿈'은 있지만 지금 당장 더 높은 급여를 받는 것은 아니다.

한 벤처기업 인사담당자는 "신규 채용자 면접 때 어떤 일을 하는냐보다 연봉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를 묻는 사람이 더 많다"며 "대개 연봉 3000만원을 기본으로 생각하고 있어 현실과 큰 격차를 보인다"고 말한다.

▽벤처기업 연봉은 얼마?=한 대기업 그룹 구조조정본부 대리에서 새롬기술로 최근에 자리를 옮긴 A과장은 연봉이 약 30% 줄어든 2000만원 정도를 받고 있다. 그는 "연봉은 줄었지만 미래를 보고 산다"며 "새롬기술이 커가는 만큼 나도 스톡옵션과 함께 클 수 있어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가장 잘 나간다는 새롬기술의 대졸 초임은 1500만원, 3년차는 1800만원으로 IMF 환란 때 줄어든 연봉체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올해 10~20% 정도 연봉을 올려줄 계획이지만 그래도 박봉을 벗어나기 힘들다.

벤처업계의 연봉은 다음커뮤니케이션즈가 1800만원, 드림위즈와 라이코스코리아가 1900만원, 심마니와 한별인터넷이 2000만원 등이다.

취업전문기관 리크루트가 지난해말 404개 국내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대졸초임 연봉결과와 비교하면 벤처기업은 증권·금융·보험분야의 평균 2039만원 보다는 낮고 연구소(1823만원), 공사·협회(1831만원)와는 비슷한 수준이다. 건설·토목(1540만원), 무역·유통·운송(1505만원)보다는 높은 편이다.

3년차의 연봉은 천차만별이다. 새롬이 1800만원, 인터파크가 2200만원, 한글과컴퓨터가 2200만원, 드림위즈가 2400만원, 다음과 인트가 2500만원을 받고 있고 라이코스코리아는 3년차에게 270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최고경영자(CEO)의 연봉도 다양해 다음 이재웅사장이 3500만원, 코스메틱랜드 최선호사장이 4000만원, 드림위즈 이찬진사장이 4800만원, 나모인터렉티브 박흥호사장이 5000만원, 한컴 전하진사장이 6600만원 등이다.

▽+α가 더 중요=한 초고속 통신망 업체에서 지난해말 소프트웨어업체로 옮긴 B대리(여)는 연봉 2400만원을 받아 별 차이는 없다.

그러나 그는 "고액연봉에 대한 환상 때문이 아니라 여성에 대한 차별이 없어 남녀를 가리지 않고 늦은 밤에도 함께 일할 수 있는 벤처업계 분위기 때문에 옮겼다"고 말했다.

한 보안업체 영업이사 C씨(40). 그는 지난해 4000만원을 받기로 회사와 계약을 했지만 실제로는 8000만원을 받았다. 회사가 영업이익만 50억원을 올려 연봉만큼을 실적에 따른 상여금으로 받았기 때문이다.

이경봉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 부사장은 "벤처업계의 연봉 자체는 대기업 수준에 못 미치는 곳이 많지만 벤처기업은 성과를 올린 만큼 직원에게 상여금으로 분배해주기 때문에 직원의 사기가 높다"고 말했다.

<김호성기자>ks10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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