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신세기인수 허용]'移通공룡' 독점논란 예고

  • 입력 2000년 4월 26일 22시 29분


‘독점의 폐해냐, 효율성 증대냐.’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 승인이라는 어려운 ‘숙제’를 놓고 고심하던 공정거래위원회가 마침내 ‘해법’을 내놓았다.

양쪽을 절묘하게 절충한 듯한 해법에 SK와 경쟁업체 양측은 각기 득실을 저울질하고 있다. 아무튼 이번 결정은 IMT2000사업자 선정과 맞물려 이동통신시장에 대규모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왜 허용했나〓공정위는 이동전화 시장의 특수한 상황을 들고 있다. 급격한 기술발달과 통신망의 교체 등 대규모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특성을 충분히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동전화 5개사의 99년말까지의 투자액은 9조7000억원. 특히 올해 말에는 IMT2000사업자가 선정되고 내년부터는 이를 위한 설비투자에 들어가야 한다. 공정위는 이 사업에 회사별로 3조5000억∼5조원의 추가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기업합병을 통한 구조조정으로 중복투자를 피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놓았다.

또 한가지는 전세계적으로 대규모 인수합병(M&A)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 이달 12일 영국의 보다폰 에어터치가 독일의 만네스만을 인수했고 미국에서는 98년 월드컴이 MCI를 인수했다.

공정위는 “양사의 교환기 기지국 등 기존 통신망 통합, 향후 중복투자의 회피, 가입자 확대를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 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느 쪽이 유리하게 됐나〓한통프리텔 LG텔레콤 한솔엠닷컴 등 SK텔레콤의 경쟁업체에서는 의외로 공정위의 결정을 수용하는 분위기. 단말기 보조금 감축 등의 조건부 승인시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했던 애초 입장에서 상당히 물러선 것이다. 앞으로 1년여간 SK가 점유율이라는 ‘족쇄’를 차고 있는 동안 SK를 따라잡을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다는 판단인 듯하다.

경쟁업체들은 그동안 “외국의 경우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3위 사업자를 흡수 합병해 시장점유율을 50% 이상으로 높인 것에 승인한 사례가 없음에도 공정위가 정치적 판단에 따라 이를 승인했다”고 비판해왔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논리가 꽤 먹혀들어간 셈이다.

SK측은 불만이 많다. 보조금 감축 정도가 아닌 일정한 점유율을 못박은 것에 대해 “이러려면 기업결합을 하지 않는 게 낫다”는 불만까지 털어놓고 있다. 그러나 SK가 향후 IMT2000사업자 선정과정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 것은 사실이다.

또 불량가입자 정리 등 자체적인 내실화를 통해 일단 점유율을 끌어내리고 내년 7월 이후 SK가 막강한 자본력과 마케팅 능력으로 점유율을 다시 끌어올리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관측도 있다.

▽사후 승인제에도 문제〓이번 결합건은 공정위의 기업결합 사후승인제도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공정위는 기업결합 심사에 수개월씩 걸리는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 96년 이후 사후승인제를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처럼 ‘애를 낳고 나서 결혼을 승낙해 달라’는 식의 사태 앞에서는 마땅한 제재 방안이 없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외부에 용역을 줘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재·이훈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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