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TV는 만능인가…내년 방송 앞두고 토론회 개최

  • 입력 2000년 2월 20일 20시 02분


지상파 디지털 TV 방송이 내년 수도권 지역부터 실시된다. 디지털 TV의 가장 큰 특징은 우수한 영상과 음질을 비롯해 데이터 방송 등 다양한 정보 서비스. 방송사들은 아날로그 한 개 채널에 3∼4개씩 더 늘어난 채널을 이용해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할 수 있고 지상파의 쌍방향화를 구축할 수 있다.

그러나 디지털 TV의 미래를 낙관하긴 이르다. 최근 방송회관에서 열린 토론회 ‘디지털 TV 무엇이 문제인가’에서는 시청자들에게 디지털 TV는 ‘만능 매체’가 아니라는 점을 알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이 채택한 디지털 전파의 전송 방식은 미국 표준인 ATSC. KBS기술연구소 안동수소장은 “미국 방식은 유럽방식(DVB)에 비해 차를 타고 가면서 TV를 볼 수 있는 이동수신기능이 떨어지고 빌딩밀접지역에서는 전파 장애 때문에 화면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며 “개선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시청자들에게 불만족스런 점은 미리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윤 방송기술인연합회장은 “ATSC 방식을 선택한 것은 방송사나 시청자 편의보다 북미 시장을 선점하려는 국내 가전업계의 입장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차양신 정통부방송과장은 “TV를 이동하면서 보는 층은 얼마되지 않을 것”이라며 “유럽 방식과의 비교는 물론, 국내 산업계의 기술적 우위와 경쟁력을 고려해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LG전자 박종석 DTV연구소장은 “유럽 방식은 집안내 전기 기구에도 신호 간섭을 받는 단점이 있다”며 “완전한 기술이 없는 이상,전송 방식은 선택의 문제”라고 말했다.

디지털 전환비의 부담 문제도 시청자의 직간접 부담을 전제로 한 주장이 많이 나와 관심을 끌었다. 국내 지상파의 전환비 추산액은 KBS의 1조 300억여원을 비롯해 모두 2조 4000여억원. 방송사들은 이를 모두 자체 부담해야 하므로 방송발전기금 상한선을 내리거나 중간광고 실시 등을 주장하고 있다. 정윤식교수(강원대)는 토론회에서 수신료 인상, 세제지원, 주파수 경매 등으로 방송사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승수교수(전북대) 교수는 “KBS의 디지털 전환 비용 1조여원은 외형이 6배에 이르는 영국 BBC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액수”라고 지적하며 지상파방송사들이 전환 비용을 확대 포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허엽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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