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고등생물 우리밖에 없다"다른별 여건 못갖춰

  • 입력 2000년 2월 14일 19시 54분


우주에 수많은 문명이 존재할 것이라는 주장은 약 40년 전부터 많은 천문학자들의 호응을 받아 왔다.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에 있는 연방방사선관측소의 프랭크 D 드레이크박사는 이미 60년대 초에 약 1만 개의 문명이 은하계에 존재한다는 주장을 제기했고,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수억개의 은하계가 있는 우주 전체에 문명의 숫자는 천문학적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금도 수많은 천문학자들이 외계 문명의 존재를 확인하려 애쓰는 가운데 우주에 다른 고등생물체가 살고 있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 워싱턴주립대 피터 D 워드박사(고생물학)와 도널드 C 브라운리박사(천문학)는 최근 발간한 ‘희귀한 지구:왜 고등생물은 우주에 흔치 않은가(Rare Earth: Why Complex Life is Uncommon in the Universe)’(Springer-Verlag)에서 지구 외에 다른 별들은 생물체가 고등생물로 진화할 여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지구와 같은 구조나 안정성은 우주에서도 아주 특별한 경우라고 주장한다. 대부분의 다른 별에서는 방사능 수치가 너무 높거나 필요한 화학적 요소들이 너무 적을 뿐 아니라 약 6500만 년 전 지구상의 생물들을 몰살시켰던 것과 같은 운석들이 수시로 날아와 파괴하기 때문에 발전된 사회를 건설할 만큼 진화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미생물들은 우주의 곳곳에 살고 있겠지만 지구상의 인간들만큼 발전된 문명은 있을 수 없다는 것.

워드교수는 지구만 해도 태양계 안에 목성 같은 거대한 행성이 있어 날아오는 운석들을 끌어들이거나 우주 깊숙이 날려보낸다고 주장한다. 그렇지 않다면 지구는 지금보다 1만 배나 많은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

이밖에도 엑스선이나 감마선과 같은 치명적인 방사선으로부터 보호되는 위치에 있다든가 태양으로부터 적절한 거리에 있어서 꽁꽁 얼어버리거나 지상의 수분이 다 증발하지 않는 것도 흔치 않은 조건이라고 강조한다. 브라운리박사도 “우주의 환경 대부분은 생물에게 해롭기 때문에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곳은 오직 지구와 같은 에덴동산 뿐”이라고 주장한다.

일부에서는 이들이 ‘재기발랄’하고 ‘용감’하기는 하지만 생물체의 적응성에 관해 극단적으로 단순화한 가설을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드레이크박사는 “이런 주장들의 근본적인 결점은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는 생명체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이런 주장이 나오면 연구비 지원이 삭감돼 우주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리란 우려도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이 가설이 사실로 판명될 경우 지구상에서 생물들의 멸종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생각하고 지구의 관리인으로서의 인간의 책임감이 증대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The New York Times(http://www.nytimes.com/library/national/science) 참고-

<김형찬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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