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학市場 벤처-대기업 격돌…"최고 유망" 앞다퉈 진출

  • 입력 2000년 2월 9일 20시 06분


‘바이오테크 시장을 잡아라.’

생명과학 시장이 대기업과 벤처기업간 최대 격전장으로 떠올랐다. 미래의 최고 유망산업으로 각광받으면서 대기업과 벤처기업이 앞다퉈 진출하거나 투자를 강화하는 추세.

생명과학 부문은 성공확률이 극히 낮아 가장 ‘벤처적인’ 분야로 꼽힌다. 여기에서 ‘대기업내 벤처’대 ‘진짜 벤처’간의 한판 대결이 볼 만하게 됐다.

▽대기업의 생명과학 바람〓대기업에서 생명과학 분야는 대표적인 ‘모험사업’. 성공확률은 그야말로 바늘구멍이다. 5, 6년 공을 들이고 헛수고로 끝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나 성공하면 투자비의 수백배를 회수하는 ‘대박’을 터뜨리기 때문에 놓칠 수 없는 분야이기도 하다.

국내 대기업 중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LG화학은 최근 생명과학을 ‘승부사업’으로 선정했다. 회사 조직을 개편하면서 생명과학 사업본부를 신설하는 등 이 분야를 집중육성할 계획이다. 올해 잡혀 있는 투자금액만 500억원. 지난달엔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퀴놀론계 항생제 원료공장을 전북 익산에 준공했다.

성재갑(成在甲) LG화학 부회장은 “올해는 생명과학 분야에서 세계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솔그룹 계열 한솔화학은 본래는 제지관련 약품 전문회사. 그러나 지난달 회사명을 ‘한솔 케미언스’로 바꾸면서 ‘생명과학 전문업체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2006년까지 바이오테크 사업 분야에 1500억원을 집중 투자한다는 계획 아래 최근 경기 용인에 생명과학 연구소를 설립했다.

대상은 바이오식품 발효 바이오의약 생물환경 분야 등 생명공학 사업을 주력사업으로 선정, 3년간 2000억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라이신 사업을 통해 생명과학 분야의 엄청난 부가가치를 실감한 대상은 1000억원 규모의 대상 바이오벤처기금을 조성해 사내외 유망 벤처기술 및 사업을 발굴 육성할 방침이다. 고두모(高斗模)회장은 “생명과학 분야 매출비중을 작년 40%에서 2002년에는 60% 이상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SK케미칼은 현재 65%인 섬유중심의 사업구조를 2002년까지 지식 및 생명과학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의 중장기계획을 내놓았다.

이밖에 삼성(삼성정밀화학) 제일제당 두산 한화(한화종합화학) 코오롱 등도 생명과학 분야에 새로 뛰어들었거나 이 부문에 대한 투자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벤처업계의 성장산업〓생명과학 열풍은 벤처업계에도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대덕 한국과학기술원(KAIST) 보육센터에만 이미 30여개의 생명과학 관련 벤처업체가 입주해 있다.

전국의 바이오 벤처기업은 현재 80여개. 아직은 벤처업계 내에서 정보통신 분야에 비해 성장이 더딘 분야이다. 하지만 앞으로 발전가능성이 무궁한 ‘성장산업’이기도 하다.

한 바이오벤처 업체 관계자는 “정보통신업계에 벤처 열풍이 불면서 대기업 연구원 출신들을 중심으로 바이오벤처를 차려 독립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다”고 전했다. 이미 마크로젠 바이오니아 등 성공 사례도 적잖게 등장하는 상태.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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