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IT기업들, 한국 벤처 키우기 '박차'

  • 입력 2000년 2월 1일 19시 21분


국내 벤처기업 투자대열에 정보기술(IT) 관련 다국적 기업들이 줄지어 뛰어들고 있다.

유망 벤처기업을 발굴, 투자이익을 극대화하고 자사 기술의 국내 시장 확대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일부 기업은 벤처기업을 ‘입도선매’하기 위해 소프트웨어와 전산장비를 무상 지원하는 ‘벤처 인큐베이터’ 설립도 추진중이다.

관련업계에서는 “다국적 IT 기업들은 이미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에 투자, 투자이익 확대와 기술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며 “이 같은 맥락에서 최근 국내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중대형 컴퓨터업체인 한국 썬마이크로시스템스는 지난달 중순 국내 5개 창업투자사와 벤처기업 발굴 및 지원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다. 자금력을 갖춘 창투사에 ‘옥석’을 가리는 판단력을 제공, 양질의 벤처기업에 투자하기 위한 것. 이 회사 유영미 차장은 “벤처투자를 위해 미국 본사의 프로그램을 도입했다”면서 “우수 벤처기업의 경우 해외시장 진출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컴팩코리아는 자사의 하드웨어제품과 호환되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활성화할 수 있는 벤처기업을 집중 물색하고 있다. ‘컴팩 솔루션 파트너 프로그램’에 참여중인 벤처는 핸디소프트 NC소프트 등 150여개. 본사에서 보내오는 최신 기술동향과 고급 정보를 이들 벤처에 무상 제공하며 자사 제품을 염가에 공급중이다. 또한 200억원이 투자된 벤처 인큐베이터센터를 이달초 테헤란밸리에서 열 예정. 중대형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를 무상 제공해 자금력이 부족한 벤처의 성장을 지원한다. 컴팩 관계자는 “인터넷 성장속도가 빠른 한국을 아태지역의 E비즈니스 중심축으로 활용한다는 것이 본사 방침”이라고 전했다.

1억달러의 벤처펀드를 운용하는 오라클은 한국지사를 통해 투자대상 국내 벤처를 ‘저울질’하고 있으며 유망 벤처에 개발자용 사용권한을 부여해 자사 응용소프트웨어를 무상 사용하도록 할 방침. 이들 벤처가 성공할 경우 자연스럽게 오라클 사용자 그룹이 확대된다는 계산에서다.

소프트웨어 업체인 한국 컴퓨터어쏘시에이트(CA)는 협력사 확대 외에도 국내기업과의 합작벤처 설립을 통해 벤처시장에 직접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 국내 소프트웨어의 해외판매를 담당하는 ‘NCA’와 시스템통합분야 벤처인 ‘라이거 시스템스’를 설립했으며 코스닥 등록도 추진하고 있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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