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자금유치 가이드]"기술력 있으면 '엔젤' 불러요"

  • 입력 2000년 1월 10일 19시 57분


‘원격 전력 관리시스템’을 새로 개발한 경기 광주의 중소기업 KD파워. 종업원 30여명의 작은 기업이지만 멀리서도 아파트 등 대형 건물의 전력을 리모트 콘트롤로 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을 계기로 한단계 도약을 구상했다. 일단 공장을 더 넓은 곳으로 이전하고 생산설비를 확장할 필요가 있었다.

이때 부닥친 문제는 역시 돈. 기술력을 인정받긴 했으나 20억원 가량으로 추산되는 자금을 마련하기란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KD파워는 고민 끝에 지난해 9월 ‘경기 엔젤클럽’을 찾았다. 경기엔젤은 지난해 5월 경기 상공회의소가 설립한 엔젤클럽.

KD파워는 경기엔젤 회원들 앞에서 투자설명회를 열었다. 경기엔젤클럽은 이후 몇 번의 까다로운 심사 끝에 이 회사의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인정, 회원 엔젤들에게 투자를 권유했다.

이렇게 해서 KD파워는 19억9000만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 돈은 현재 공장 이전 및 설비 확장 운영비로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KD파워처럼 ‘기술력이 있다’고 자부하는 중소기업은 이제 투자자금을 유치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은행을 열심히 드나들지 않아도 된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을 찾는 ‘천사(엔젤)’들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을 위한 ‘천사’들이 모인 곳〓엔젤클럽은 개인투자자들의 모임이다. 회원인 엔젤들이 투자할 만한 기업을 발굴하고 공개적인 투자설명회를 열거나 비공개적으로 소수의 엔젤에게 소개하는 방식으로 투자기회를 제공한다.

중소기업에게는 투자유치 절차를 안내하고 협상을 중재하기도 한다.

대형 엔젤클럽은 주로 지역별 상공회의소나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이 운영한다. 중소기업청이 파악한 국내에서 활동중인 엔젤클럽은 20여개. 그러나 끼리끼리 모인 이른바 ‘동아리형 엔젤클럽’까지 포함하면 100개에 가까운 것으로 추산된다.

대표적 엔젤클럽은 서울엔젤클럽 경기엔젤클럽 등 10개 안팎.

▽엔젤의 마음을 끌려면〓엔젤의 문이 어느 중소기업에나 넓은 것은 아니다. 국내 최대인 서울엔젤클럽에는 1주일에 10개 가량의 중소 벤처기업들이 찾아온다. 그러나 대부분은 함량 미달이라는 게 클럽측의 설명.

“투자계획서가 엉성하고 아이템 자체가 모호해 투자 포인트가 확실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심지어 쌀가게 업자가 찾아와 유망한 벤처기업이라고 포장하는 경우까지 있다는 것.

이런 중소기업들은 투자자들의 마음을 끌 가능성이 거의 없다. 투자자들 가운데는 회계사 변호사 교수 등 전문가와 기업인들이 많아 ‘옥석’이 가려지게 마련이다. 회원 엔젤들은 직접 발품을 팔면서 기업을 방문해 현장조사를 하기도 해 이들의 마음에 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엔젤클럽들은 이같은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투자자들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충고한다. 서울엔젤클럽 백중기 사무국장은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에 거품없이 적정한 공모가를 제시해야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백국장은 “기업의 대표가 성실하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필수”라고 덧붙였다.

<이명재기자> mj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