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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2월 28일 19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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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이미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주로 좋은 징조, 걸출한 인물, 고귀한 존재, 성공한 사람 등을 상징한다. ‘용꿈을 꾸다’ ‘용은 오복(五福)을 불러들이고, 범은 삼재(三災)를 쫓는다’처럼.
반대로 실패자나 낙오자는 미꾸라지 뱀 이무기 지렁이 등으로 비유된다. 세도가 당당하던 사람이 몰락해 일개 평민으로 될 때를 가리켜 ‘용도 개천에 떨어지면 미꾸라지 된다’라고 표현하고 빈한한 가정에서 난 사람도 꾸준히 노력하면 출세할 수 있다는 뜻으로 ‘미꾸라지도 용 될 날이 있다’는 속담이 사용된다.용두사미(龍頭蛇尾)도 같은 맥락.
용이 제대로 용의 역할을 하기 위해선 여의주 물 구름 바람 비 등이 필수적이다. ‘용이 여의주를 얻은 격이다’‘용은 여의주를 얻어야 하늘로 올라간다’ ‘용 가는데 구름간다’는 속담은 이를 잘 나타낸다. 출세를 하거나 목적을 달성하려면 돈이나 권력 등 주위 여건이 맞아야 한다는 뜻이다.
반면 여의주 등을 잃은 용은 무능한 존재로 전락한다. ‘용도 물밖에 나오면 개미가 덤빈다’ ‘용도 맑은 하늘엔 못 오른다’가 대표적. 용과 견줄 수 있는 동물은 육지에서 가장 힘이 센 호랑이 정도다. 막강한 두 사람이 서로 싸운다는 ‘용호상박(龍虎相搏)’이나 매우 위험한 행동을 가리키는 ‘용의 수염을 만지고, 범의 꼬리를 밟는다’는 속담이 그 예.
‘용은 자야 체신(體身)이 나타난다’는 말처럼 추상적인 실체를 나타낼 때도 용이 사용된다. 용은 활동할 때는 동작이 빨라 본래의 모습을 보기 어렵고 잠잘 때 비로소 그 정확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사람 역시 조용히 대화를 해봐야 그 마음을 알 수 있다.
〈이호갑기자〉gd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