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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4월 25일 19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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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속히 디지털화가 진행되고 있는 세계 가전업계에서 표준전쟁이 치열하다. 기술의 쓰임새가 넓어지고 정보 공유가 지구촌 차원에서 실시간으로 이뤄지면서 과거 한 두 제품에 국한됐던 표준전쟁이 여러업종에 걸친 관련 기업간 연합전의 양상으로 벌어지고 있다.
표준전쟁의 대표적 사례는 70년대 후반 소니와 마쓰시타의 VCR분야 싸움. 소니의 베타맥스 방식은 기술적으로 앞선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히타치와 RCA가 마쓰시타의 VHS방식에 동조하자 가전시장에서 도태됐다.
▽대표적 표준화 전장(戰場), 디지털 TV〓21세기 영상문화를 대표하는 디지털TV 분야에서 영상신호를 입출력하는 방식을 놓고 미국 유럽 일본의 삼파전이 벌어지고 있다.
아날로그식 고품위(HD)TV 방송을 가장 먼저 시작, 시장재패를 노렸던 일본은 미국과 유럽세가 디지털방식으로 방향을 틀자 BST―OFDM이란 새로운 디지털 형식 전송방식을 들고 나왔다.
미국의 VSB방식을 채택한 우리나라는 LG전자가 인수한 미 제니스사가 원천기술 일부를 보유하고 있어 가까스로 표준전쟁에 ‘명함’을 내민 상태.
영상신호를 화면에 표시하는 주사방식을 둘러싸고도 PC업계와 가전업계의 패권싸움이 한창이다. 디지털TV 내부에 장착하는 소프트웨어 분야도 선마이크로시스템스와 마이크로소프트간 경쟁이 치열.
▽확전양상 보이는 디지털 다기능디스크(DVD)〓DVD는 기존 콤팩트디스크(CD)의 밀도를 높여 집적도와 다양한 기능을 갖춘 제품. 소니와 필립스는 90년대 초 읽기전용의 CD를 개발, 원천기술을 보유했다.
이어 후발주자인 마쓰시타와 도시바 등은 다른 방식의 CD를 개발, 대항전선을 구축했다. 표준을 놓칠 경우 특허료 등을 일방적으로 부담, 시장에서 밀려나기 때문.
4개업체는 2년 전 읽기전용 DVD 규격에 합의했지만 최근 반복기록이 가능한 DVD시장이 급부상하면서 또다시 지루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디지털카메라 분야에서도 미국의 코닥과 일본의 후지필름이 각자 다른 이미지포맷 기법을 내놓고 한판 싸움중이다.
▽국내업체들, ‘로열티나 깎자’〓박팔현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국내업체들은 외국업체간 전쟁이 일단락돼 국제표준이 확립되면 로열티나 깎겠다는 태도를 보이기 일쑤”라고 지적했다. 원천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때문이다.
다만 응용기술 분야에선 나름대로 ‘선전(善戰)’하고 있다. 최근 ‘동영상데이터 압축전송기술(MPEG4)’분야에서 가전3사와 현대전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이 개발한 15개 기술이 국제표준으로 채택된 것은 국내업계가 국제표준화를 선도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