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중소기업]「틈새기술」로 수출 「거인」영흥기연

  • 입력 1999년 3월 23일 18시 39분


「아시아의 부국(富國)」 싱가포르는 내달부터 대대적으로 공중전화기 교체작업을 벌인다. 전체 2만대중 절반을 바꾸는 이 작업은 올 연말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구식 전화기를 대신해 새로 설치되는 최신식 전화기는 ‘메이드 인 코리아’제품. 경기 군포에 자리잡은 50명 규모의 소기업 영흥기연이 개발한 ‘YH―5000’이 주인공이다.

이달말부터 시작되는 제품선적 준비에 여념이 없는 최종언(崔鍾彦)사장이 소개하는 YH―5000은 ‘전원이 필요없는 초절전형 전화기’.

이 전화기에는 기존의 공중전화기에 달린 전원선을 찾아볼 수 없다. 통화선에 흐르는 미세한 전류를 충전하는 방식으로 전원을 자체공급한다.

영흥기연은 92년 금성통신(현재 LG전자) 연구원 출신들이 중심이 돼 설립한 업체. 당초 ‘전공품목’은 공중전화기나 자동판매기에 투입되는 동전을 선별하는 주화식별기였다.

“내친 김에 관련 첨단 제품을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 반년간 매달린 끝에 내놓은 ‘역작’이 YH―5000이다.

“많은 나라가 선 없는 공중전화기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는 추세여서 수출전망은 아주 좋습니다.”

수출원년인 올해 목표는 2백50만달러. 내년에는 4백만달러로 늘릴 계획이다. 싱가포르 상륙을 발판으로 말레이시아 등 인접국가도 공략 중이다. 최사장은 “칠레 캐나다 등과도 수출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영흥기연의 성공은 ‘반걸음’ 앞선 기술력의 개가. 기존 제품의 원리나 기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작은 혁신’을 이룸으로써 세계시장을 개척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영흥처럼 ‘틈새기술’ 개발로 해외시장을 뚫어 호평을 받는 벤처기업들은 이밖에도 많다.

▽원적외선 히터〓위성안테나 제조업체인 가나MT는 안테나가 전파를 모으는 원리를 역적용, 열전달 범위를 획기적으로 늘렸다. 기존 제품은 열전달 범위가 1m 이내라 모터를 장치해서 바람을 불어내야 하기 때문에 소음이 많고 먼지도 일으키지만 이 제품은 그런 부작용 없이 7m까지 열을 퍼뜨린다. 이상수(李相壽)이사는 “기술 자체는 첨단이 아니지만 응용 아이디어가 적중했다”며 “올해 이미 20만대의 주문을 받아놓았다”고 밝혔다.

▽금속 오일필터〓자동차 오일필터는 종이가 가장 탁월하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스테인리스를 이용한 ‘차세대 오일필터’를 개발한 GL인더스트리. 출시 3개월만에 매달 2만여개의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 선진국에서도 이 기술을 인정, 캐나다 자동차부품회사를 통해 포드 GM 등도 이 필터를 쓰기로 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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