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가족 사랑의 장기릴레이…17일 漢大병원서 신장이식

  • 입력 1999년 3월 16일 18시 58분


‘사랑의 장기 릴레이.’

혈액형과 조직이 맞지 않아 가족에게 신장을 기증하지 못해 애태우던 4쌍의 가족이 수술이 적합한 다른 가족에게 ‘릴레이’로 신장을 기증, 환자 4명 모두 귀중한 생명을 건질 수 있게 됐다.

4가족에게 새 생명을 안겨준 장기 릴레이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 7월 김명묵(金命默·42)씨가 “내 신장을 내놓을테니 아들에게 신장을 기증할 사람을 찾아 달라”며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의 문을 두드리면서부터.

운동본부를 통해 김씨의 신장을 받기로 한 사람은 역시 가족 중 신장기증에 적합한 사람이 없어 애타게 다른 기증자를 기다리던 김부희(金富熙·33)씨.

김씨의 가족들도 “신장을 받기만 할 수는 없다”며 가족회의를 열었다.

김씨의 부인이 먼저 자원했지만 형수 송복순(宋福順·42)씨가 “부부가 수술대에 오르는 것은 위험하다. 두명 다 잘못되면 다섯살 난 아들은 누가 기르느냐”며 시동생을 위해 나섰다.

이 신장을 윤무겸(尹武謙·38)씨가 이어받게 됐고, 윤씨의 부인 정옥란(鄭玉蘭·33)씨도 흔쾌히 신장을 기증했다. 정씨의 신장은 다시 김향숙(金香淑·33)씨에게 이어졌고, 김씨의 남편 전동호(全東濠·37)씨도 신장을 내놓기로 했다.

그리고 전씨의 신장이 맨 처음 기증자인 김명묵씨의 아들 재수(在修·20)씨에게 돌아가 4가족으로 이어진 ‘사랑의 신장기증 릴레이’가 완성된 것이다.

4가족의 수술은 17,18일 한양대 병원과 강동성심병원에서 진행될 예정.

우여곡절끝에 성사된 ‘생명의 인연’이지만 아직 난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의료보호대상자인 김명묵씨와 김부희씨 두 가정이 1천만원 남짓한 수술비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

김명묵씨는 여러 사업을 전전하다 실패한 끝에 현재 영세한 봉제공장에 다니고 있다. 아들 병구완을 하다 이미 1천만원 정도의 빚을 진 상태.

김부희씨는 97년1월 병이 도지면서 다니던 운수회사를 그만 뒀다. 부인이 쓰레기 분리수거로 벌어오는 월수 60만원 남짓으로 다섯살배기 아들과 세식구가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이 때문에 ‘신장기증 릴레이’를 주선한 운동본부(02―363―2114)’까지 모금에 나섰지만 여의치 않은 상태. 수술날짜가 하루하루 다가오면서 이들 4가족은 어렵게 이뤄진 이 ‘생명의 인연’이 깨지지 않기만을 기도하고 있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