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덱스 이름값 못했다』…IBM등 대거 불참

입력 1998-11-20 19:14수정 2009-09-24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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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덱스 신화’는 쇠퇴하는가.

80년대 이후 ‘세계 최대의 컴퓨터 전시회’란 명성을 지켜온 컴덱스가 올해는 예년에 비해 열기가 시들하다는 평을 받았다.

컴덱스를 몇년째 참관한 국내 관계자는 “다른 해에는 전시장에 사람이 붐벼 제대로 다니지도 못할 정도였으나 올해는 눈에 띄게 관람객이 줄었고 볼 만한 신제품도 별로 없다”고 말할 정도.

닷새 동안의 전시시간을 마치고 20일 막을 내린 올해 컴덱스 기간중 라스베이거스의 호텔들은 빈 방이 남아돌아 울상을 지었다. 컴덱스 시즌이면 방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던 예년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었다.업계 관계자들은 컴덱스가 내리막길로 접어든 원인을 여러가지로 분석한다.

첫째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독주. 빌 게이츠가 3년째 개막연설을 독식하고 소프트웨어 업체인 MS가 컴덱스를 주도함에 따라 하드웨어 업체들이 컴덱스를 외면하고 있다. 올해는 IBM 컴팩 선마이크로시스템스 델컴퓨터 등 유수의 컴퓨터업체들이 대거 불참했다.

화제가 될 만한 ‘간판’ 신제품이 없다는 것도 문제. 3,4년 전만 해도 윈도95나 펜티엄칩이 컴덱스에서 공개돼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으나 올해는 데이터베이스 언어인 SQL7.0(MS)과 8i(오라클)가 고작이었다.

이미 발표한 제품을 포장만 그럴듯하게 꾸며 다시 출품하는 업체들도 많다. 예전에는 컴덱스에 맞춰 비장의 신제품을 내놓았으나 요즘은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짧아 컴덱스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다는 것.

아시아 경제위기로 참가업체와 관람객이 대폭 감소한 것도 열기를 떨어뜨린 원인 중 하나.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의 참여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이밖에 한국계 일본인인 손정의소프트방크회장이 3년전 컴덱스 개최권을 인수한 데 대해 미국인들이 은근히 경계하는 분위기도 있다.

주최측이 ‘사이버컴덱스’를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비싼 경비를 들여 컴덱스에 올 필요없이 안방에서 인터넷으로 감상한다는 다소 역설적인 분석도 있다.

예전에 컴덱스에 함께 전시됐던 가전 방송 정보통신 등 관련 분야들이 별도의 전시회로 떨어져 나갔고 세계 각국에서 연중행사로 나라별 컴덱스를 개최하고 있는 것도 원인.

그러나 시들해진 열기 속에서도 공동으로 ‘한국관’을 설치한 국내 중소 벤처기업들은 전시기간 중 총 9백94만7천달러를 계약하는 알찬 수확을 거두었다.

〈김학진기자〉jean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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