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벤처기업]「사이버 방송국」-「한국의 MS」

  • 입력 1998년 10월 27일 19시 28분


▼ 실직자-대학생 합작 「사이버 방송국」개국

실직자의 경험과 아이디어, 그리고 서울대공대 학생의 열정과 창의력이 어우러진 벤처기업이 탄생한다. 인터넷을 통해 기독교의 복음과 불교의 경전을 소개하는 ‘사이버 방송국’을 곧 서울대 공대측이 제공하는 공간에 개국(開局)하는 것이다.

지난해 사업에 실패하고 올해초부터 서울대 공대에서 시작된 실직자 청강프로그램을 수강중인 손남수(孫南守·40·연세대 신학과 졸업)씨와 서울대 전기공학부 장동호(張棟皓·25·3년)씨가 바로 ‘창업자’들이다.

이번 학기 같은 수업을 듣게 되면서 알게 된 이들은 컴퓨터 한 두대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작고도 빛나는’ 사업을 서로 구상했다. 40대의 의지와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20대의 도전의식이 합쳐지면 뭔가 작품이 나오리라고 믿었다는 것.

국내에서 인터넷에 ‘범종교적’인 종교방송국이 생기는 것은 이번이 처음. 송월주(宋月珠)조계종 총무원장, 강원룡(姜元龍)목사 등 종교지도자의 설법과 설교 장면이 동화상으로 제공된다.

종교인구 가운데 2천만명 이상이 드나들 것으로 기대되는 사이트이고 설교집 CD롬 제작사업까지 곁들일 계획이어서 ‘짭짤한’수입이 기대되고 있다. 이들의 사업자체가 선교의 성격을 띠기 때문에 각 종교계에서는 적극 후원키로 했다.

먼저 사업을 구상한 것은 손씨. 무역업 학원강사 등을 하다 실직, 서울대에서 컴퓨터 관련과목을 수강하던 손씨가 아이디어를 냈고 손씨의 제의를 받은 장씨는 ‘수익금 일부를 공대 연구실 컴퓨터 업그레이드에 써주는 것’을 조건으로 수락했다.

이들은 수업이 끝나면 교내 전산실에서 아이디어를 검토하고 창업방안을 논의하기 시작, 결국 벤처기업을 탄생시킨 것. 공대측은 이들의 뜻깊은 ‘만남’을 격려하기 위해 사무실도 내주고 각종 장비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도록 주선해 주기도 했다.

〈박정훈기자〉hun34@donga.com

▼ 고졸출신끼리 똘똘 「한국의 MS」 만든다

‘소프트웨어의 일인자를 꿈꾸는 무서운 아이들.’

개인정보관리 소프트웨어 ‘하얀종이’의 대히트로 창업 1년6개월만에 탄탄한 벤처기업으로 성장한 인포데스크(대표 최성섭·崔誠燮·29). 많은 벤처기업이 IMF한파에 휩쓸려 잇따라 도산하는 와중에도 급성장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인포데스크의 올 예상 매출액은 최소 6억원. 지난해 10월 첫 제품을 내놓은 뒤 3개월 동안 벌어들인 2천2백만원의 30배 규모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성장은 더욱 눈부시다. 대만의 A사와 50만달러 수출 가계약을 한 상태고 다른 외국업체 H사와는 소프트웨어를 공동개발, 60만∼3백60만달러를 추가로 벌어들이게 됐다.

최악의 경영환경에도 불구하고 인포데스크가 급성장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치밀한 서비스정신. PC애프터서비스부문인 ‘PC구조119’를 별도로 운영, 소비자의 욕구를 정확히 파악한 뒤 기술개발에 착수했다. 대부분의 직원이 고객과의 직접 경험이 풍부한 ‘용산전자상가 출신’으로 구성돼 있어 고객의 입장에서 제품을 개발한 것도 강점이다. 최사장은 “제품은 물론 기업의 생존력이 강해지려면 먼저 고객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원 12명(119부문 제외) 중 대졸자가 단 한 명에 불과한 것도 특징. 제도교육에 길들여지지 않고 자유롭게 창의력을 키워온 고졸자들이 소프트웨어 개발에는 오히려 적임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 최사장은 “의도적으로 대졸자를 배제하진 않지만 현재의 직원들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고 말한다.

사장을 포함, 모든 직원이 9∼25%씩 지분을 나눠 가진 공동주주제도 ‘힘찬 일터’를 조성하는 데 한몫 했다.

‘한국의 마이크로소프트사’를 꿈꾸는 최사장은 “돈은 얼마든지 들이더라도 모든 사람이 우리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도록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김상훈기자〉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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