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와 빛이 전혀 없는 ‘절대 암흑’의 공간, 태평양 바닷속 5천m. 수압이 5백기압을 넘어 인간이 범접할 수 없던 ‘절대 침묵’의 심해저에 ‘망치와 곡괭이’ 소리가 울려퍼지고 있다.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이 곳에 인간의 개발 손길이 마침내 미치기 시작한 것. 주인없는 이 지역엔 전략광물로 분류되는 코발트 니켈 구리 망간 등 고가의 광물이 무진장 부존되어 있다.
미국 독일 캐나다의 민간기업은 80년대부터 심해저에 눈을 돌렸다. 대대적인 탐사를 벌여 경제성이 높은 지역을 선점했고 ‘노다지’ 사냥을 눈앞에 두고 있다.
무분별한 심해저 개발 조짐이 보이자 유엔은 개발주체를 국가 단위로 제한했다. 한국을 비롯, 일본 중국 프랑스 러시아 인도 체코 등 7개국이 90년대 초반 유엔으로부터 개발권을 따내 개발경쟁에 나섰다.
한국이 할당받은 지역은 총 15만㎢. 남한 면적보다 넓은 이곳에서 2002년까지 경제적인 타당성 여부를 검토한 뒤 절반인 7만5천㎢ 지역에서 본격적인 채광을 개시한다.
한국해양연구소는 이 지역에서만 망간단괴 3억t을 캐내 망간 78만t, 니켈 3만3천t, 코발트 5천1백t, 구리 1천6백t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가격기준으로 총 2백50억달러에 달하는 거액이다.
그러나 심해저 개발의 전제조건은 매우 까다롭다. 리우환경회의가 주창한 이른바 ‘지속 가능한 개발’을 만족시켜야 한다. 환경과 개발을 나란히 공존시켜야 하는 첨단 정밀기술이 필수적이라는 이야기다.
해양연구소는 이에 따라 지난해 처음으로 탐사지역 중 25㎢를 시험적으로 파괴했다. 오는 5월엔 이 보다 더 큰 규모의 ‘교란실험’도 벌여 생태계의 ‘생존한계’를 측정한다. 또 심해 6천m까지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는 무인잠수정 ‘옥포6000’을 처음 투입하는 등 채광을 위한 만반의 준비작업에 들어간다.
미국 독일 일본은 94년부터 생태계 파괴실험을 시작했다. 잠정 결론은 생태계가 개발의 ‘파괴력’을 극복했다는 것. 개발의 굉음과 뒤집어진 퇴적층으로 사라졌던 심해저 어종과 해조류가 1년반 뒤 다시 활동을 재개하는 것이 포착됐다.
이 연구소 심해저자원연구센터 김기현박사는 “심해저 자원개발이 허용된 국가는 전세계적으로 10개국뿐”이라며 “자원개발이라는 절호의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환경친화적 채광기술과 극한상황의 탐사기술 제련기술 등을 시급히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수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