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정보화 새풍속도]「일렉트로 칼라」시대

  • 입력 1997년 9월 19일 07시 53분


《마우스 하나로 기업을 흔드는 「일렉트로칼라」들이 뜨고 있다. 사이버스페이스에서 기업을 지키고 정보를 캐내는 사람들. 이들 없이는 21세기 경제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심지어 최고경영자까지 늦깎이 배움터에 나섰다. 조직의 변화를 요구하는 정보시스템은 이제 사무실까지 없애버렸다. 휴대통신단말기(PDA)와 노트북으로 무장한 영업사원들이 거리를 누비고 있다. 기업을 바꾸는 정보화의 현장을 조명해본다.》 삼성전자 전략기획실의 이찬영(28·여)씨. 이른바 「사이버스페이스의 수문장」이다. 그녀의 주요 업무는 이 회사 홈페이지의 전자우편 관리. 최근 이 회사가 「전자우편 폭탄(스팸·Spam)」사건을 겪으면서 그녀의 몸값이 큰 폭으로 뛰고 있다. 무분별하게 전자우편을 보내 시스템을 다운시키는 해커들과 최전선에서 맞서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씨가 같은 부서 직원들과 함께 개발한 스팸 방지 소프트웨어는 이 회사 전산시스템의 필수적인 방어막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씨는 인터넷 광고나 유명 홈페이지에 들어가 자사 제품 홍보활동을 한다. 사이버 공간에서 「뉴마케팅」에 나서는 것. 대우기술연구원의 김호범(金浩範)연구원도 인터넷세상이 되면서 「잘 나가는」 사원 대열에 끼였다. 그가 하는 일은 인터넷 등을 통해 세계 각국에 흩어진 특허정보를 수집하는 일. 인터넷 사용이 이미 보편화됐지만 정작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다행히 김씨는 데이터베이스검색에 남다른 실력을 갖고 있어 깊숙이 숨겨진 특허정보도 인터넷을 통해 여지없이 찾아내고 만다. 김씨는 어느덧 회사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되어 버렸다. 김씨와 이씨는 기업의 정보화가 정착되면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직장인군(群), 이른바 「일렉트로 칼라(Electro Collar)」다. 노동자를 의미하는 「블루칼라」, 사무직종사자를 일컫는 「화이트칼라」에 이어 새로운 직업군으로 떠오르는 이들은 「컴퓨터기술로 무장된 화이트칼라」다. 요즘 이들은 사내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면서 갈수록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전자메일관리자 인터넷마케팅요원 정보기술컨설턴트 등 2,3년 전에는 이름도 없었던 직책들이 국내 기업내에 속속 생겨나고 있다. 삼성의 경우 최근 미국까지 건너가 교포들을 상대로 「멀티미디어PD」를 뽑아올 정도다. 정보화에 앞선 미국의 경우 정보컨설턴트 웹디자이너 멀티미디어PD 등 일렉트로 칼라들이 차지하고 있는 직종이 95년에 이미 3백개를 넘어섰다는 게 미국 노동부 발표다. 미국 일본보다 다소 늦어 최근 들어서야 이들의 존재가 부상하고 있는 국내기업은 사원들의 「일렉트로 칼라화」를 위해 정보화 자격증제도와 같은 각종 시험 교육제도를 잇달아 도입하고 있다. 이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승진을 생각할 수 없다.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한 사람에게는 인사고과에서 후한 점수와 함께 승진도 훨씬 빨라진다. 여기에는 임원급도 예외가 없다. LG전자 정보담당임원(CIO)인 유영민(兪英民)이사는 『그동안 정보인프라 확충에 주력해 왔던 국내 기업들에 이제는 일렉트로칼라라는 인적자원을 어떻게 육성하고 활용하느냐가 기업성공의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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