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O-외계인과 만남 손꼽으며 상상의 나래 『활짝』

  • 입력 1997년 7월 22일 08시 09분


『다른 행성에 살고 있는 외계인들이 지구인에게 발달된 과학문명을 전해주러 미확인비행물체(UFO)를 타고 오는 거예요. 1999년, 아마도 수능시험 보는 날쯤에 UFO가 한꺼번에 몰려와 지구에 새로운 세계를 만들고 저를 구해줄 거예요』 어렸을 적부터 공상과학만화를 즐겨봤다는 권보선양(서울 휘경여고 1년). 부모님이 『UFO같은 건 없다. 공부나 해라』고 말할 때면 늘 화가 난다. 자기처럼 「운명적으로」 외계인과 텔레파시가 통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믿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사명은 외계인이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 우리와 똑같은 생명체이고 우리의 보호자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 처음엔 얘기를 재미있게 듣던 친구들이 차츰 슬슬 피하는 걸 보면 안타깝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왜 아예 믿지 않으려 하는 걸까. 경기 가평에서, 서울 인왕산에서, 충북 괴산에서 UFO가 나타났다는 보도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요즘 UFO에 대한 초중고생들의 관심도 뜨겁다. 외계인시체 해부장면 공개로 UFO 진위논쟁을 불러일으켰던 「로스웰사건」이 올해로 50주년을 맞고 최근 패스파인더호의 화성탐사 등이 맞물려 더욱 화제가 되고 있는 것. 한국UFO연구협회와 한국라엘리안무브먼트 등이 개최하는 UFO관련 전시회와 강연회 등에도 학생들이 몰린다. UFO사진을 보여 달라거나 UFO가 틀림없이 존재한다고 친구들을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달라는 학생들의 문의전화도 종종 걸려온다. 『친구들과 얘기해보면 대부분 UFO를 믿는다고 해요. 외계인이 있다는 걸 알면 사람들이 충격을 받고 큰 혼란이 생길까봐 미국 정부에서 숨기는 것일 뿐이지 실제로 UFO는 분명히 있다구요』 이준호군(서울 대신고 2년)도 길을 가다 자주 하늘을 쳐다보는 UFO신봉자 중 하나. 비행물체가 어떻게 아무 소음도 없이 순식간에 직각비행 나선비행 등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느냐는 의문에 대해서는 『지금보다 과학이 훨씬 발달하면 가능해진다』고 대답한다. 그는 이제껏 UFO 관련서적을 샅샅이 읽어둔 터라 전시회에 가봐도 별로 신기한 것이 없다. 운이 좋아 UFO를 보고 외계인을 만나게 되면 그들은 얼마나 발달된 문명 속에 사는지 꼭 한번 물어보고 싶을 뿐. 천문학자가 꿈이라는 김지연양(전남 여도초등 5년)은 UFO가 여천에는 한번도 안 나타났다는 것이 불만. 서울의 친척집에 갈 때는 꼭 사진기를 챙기고 하늘을 주시하지만 한번도 본 적은 없다. 실망스런 마음은 UFO전시회에서 외계인 모형을 잔뜩 보고 온 것으로 달랜다. UFO에 대한 초중고생들의 이같은 관심은 영화나 TV프로그램 등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UFO를 믿는다는 초중고생들은 대부분 작년에 흥행했던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를 예로 들며 외계인이 언젠가는 지구를 정복하고 파괴시키러 올 것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나쁜 외계인」은 소수에 불과하고 「착한 외계인」들이 지구를 구하러 올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요즘 범죄도 늘어나고 지구는 점점 오염되어 가잖아요. 언젠가 외계인이 나타나 착한 사람들만 남겨놓고 지구를 파괴시킨 다음 다시 처음부터 깨끗하게 가꾸라고 줄 것 같아요』 〈윤경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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