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724>子謂衛公子荊하샤되 善居室이로다 始有에…

  • 입력 2009년 9월 8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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奢侈(사치)란 말은 남보다 많이 가진 것을 뜻했다. 奢의 옛글자는 大의 아래에 많을 多(다)를 썼고, 侈는 오른쪽이 多의 글자다. 뒤에는 질적으로 뛰어난 물품을 누림을 뜻하게 됐다. 사치는 물자 유통을 촉진하고 품질을 향상시킨다. 하지만 사치를 좇는 탐욕은 인간을 물질에 매이게 하고 사회적으로 신분의 차이와 빈부의 격차를 초래한다. 그렇기에 ‘논어’ ‘子路(자로)’의 이 章에서 공자는 衛나라 공자 荊(형)이 담박한 생활을 하여 外物(외물)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았다고 높이 평가했다.

謂는 ‘∼에 대해 말하다’이다. 荊은 衛나라 대부의 이름이다. 善居室은 가정 살림을 잘 꾸린다는 뜻이다. 有는 所有(소유)이다. 苟는 ‘그런대로’, 合은 ‘잘 갖추어 절도에 맞다’이다. 完은 完備(완비), 美는 훌륭함이다. 정약용은, 공자는 궁궐을 나오면서부터 밭과 재산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것이 始有이고, 그가 몸소 검약해서 점차 살림이 부유해진 것이 少有이며, 저축을 통해서 노년에 풍요로워진 것이 富有라고 풀이했다.

고려 말의 李穡(이색)은 ‘自嘆(자탄)’ 시에서 “백발에 다행히 떠돌지는 않거니, 그런대로 가지는 게 내 뜻이로다. 금년 지나고 명년이 온들, 뉘 다시 갖추고 훌륭하길 바라랴(白頭幸席暖, 苟有吾所志. 今年復明年, 誰更望完美)”라고 했다. 정말 오늘날에는 苟合이 아니라 苟有에 만족할 줄 알아야 외물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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