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국가기밀 1건이라도 나오면…” 초긴장

  • 입력 2006년 10월 3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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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심회’를 조직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장민호(미국명 마이클 장·44) 씨가 북한 노동당 대외연락부에 보고한 암호 문건들 가운데 해독 작업이 진행 중인 40여 건은 이번 사건의 폭발력을 가늠하기 어려운 ‘화약고’와 같다.

어느 수준의 정보가 얼마나 담겨 있고, 북측에 실제로 전달됐는지에 따라 지금까지 구속된 5명에게 간첩 혐의가 적용될지, 조직원이나 포섭 대상자가 더 있는지, 사건의 파장이 어디까지 갈지 등을 좌우할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수사나 장 씨 등에 대한 재판에서도 이들 문건은 가장 중요한 물증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공안당국은 암호 문건 해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체포된 뒤 일부 혐의를 인정했던 장 씨가 태도를 바꿔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나머지 4명의 구속자는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이들에게서 새로운 진술을 얻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암호 해독기를 이용해 문건 내용을 파악하고 있는 국가정보원은 암호 문건에 국내 정치권 동향, 군(軍) 및 재야단체 관련 정보 등이 들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해독된 6, 7건의 문서에서만 야당의 유력 대선주자 동향 파악, 5·31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의 열린우리당 지원 방안, 환경운동을 통한 시민단체의 반미운동 방안 등이 쏟아져 나왔다. 이 때문에 나머지 문서를 모두 해독하면 엄청난 분량의 정보가 나올 것으로 공안당국은 예상하고 있다.

관건은 정보의 수준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국가기밀은 ‘이미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공지의 사실, 물건 또는 지식에 속하지 아니한 것으로서 그 내용이 누설될 경우 국가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기밀로 보호할 실질 가치를 갖춘 것’이어야 한다.

만일 이들 문건에서 권력 핵심부에서나 알 수 있는 국가 안보와 직결된 기밀사항 등이 나올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다. 지금까지 이번 사건에 연루된 인사들은 민노당의 전현직 간부이거나 사업을 하고 있는 인사들로 공식적으로 국가기밀을 다룰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없다.

따라서 국가기밀 수준의 정보가 문건에 포함돼 있다면 ‘제3자’가 정보를 제공했을 가능성이 높고, 누가 이들에게 그런 정보를 제공했는가로 수사가 확대될 수밖에 없다.

청와대나 행정부, 군 고위 인사 등 국가기밀에 접근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일심회에 가입했거나 고의적으로 일심회 회원에게 군사기밀이나 안보 정책에 관한 주요 정보 등을 넘긴 것으로 드러난다면 ‘간첩단’ 수준의 사건을 넘어 ‘국가 안보체제 붕괴’로 이어지는 심각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실수로 누설하거나 사적인 자리에서 의도하지 않은 채 사소한 기밀을 흘린 것이라 해도 기밀 누설자는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 한 변호사는 “누설된 내용이 사실이라면 본인이 부인하더라도 고의성이 어느 정도 있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처벌을 면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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