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 발행업체 자격-보증 심사 얼마나 부실하기에

입력 2006-08-23 03:11수정 2009-10-07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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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이야기’ 파문이 확산되면서 경품용 상품권 지정 업무를 맡고 있는 한국게임산업개발원과 상품권 발행업체 지정에 필요한 기초심사를 하는 서울보증보험의 부실 심사가 도마에 올랐다. 이들 기관의 부실 심사가 무자격 업체들이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로 지정되는 데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공적자금이 자본금으로 투입된 서울보증보험은 이례적으로 거액의 예금을 담보로 받고 보증을 서준 사실도 확인돼 심사의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 “2, 3명이 100여 개 업체 심사 담당해”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는 서울보증보험의 담보능력 심사, 게임산업개발원의 실사(實査)를 포함한 최종 심사 수순을 거쳐 지정된다.

우선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 지정을 위한 심사 인력이 업무량과 중요성에 비해 터무니없이 부족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상품권 발행업체를 지정하는 게임산업개발원은 6월 중순 계약직 4명을 추가로 채용하기 전까지 정규직 3명만이 지정과 심사 업무를 전담했다. 이들은 올해 상반기(1∼6월)에만 수십 개 업체를 심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초 심사를 담당하는 서울보증보험은 심지어 2명의 담당자가 100여 개 업체를 처리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심사 담당직원의 재량권이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이 많다.

예를 들어 상품권 발행과 유통을 관리하는 전산 시스템 심사에선 담당자가 심사항목에도 없는 자료를 요구하는 등 담당자마다 심사 기준이 달라 업체들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자본잠식 상태인 업체가 심사를 통과해 상품권 발행업체로 지정되고, 상대적으로 건실한 업체들이 탈락한 것도 다 이런 부실 심사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게임산업개발원 측은 인력 부족 문제에 대해 “실사를 나갈 때는 담당자뿐만 아니라 외부 전문가도 동행했다”며 “인력이 부족하긴 했지만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서울보증보험도 “처음 기본적인 조건을 심사하는 인력은 2명이었지만, 2차 심사에서는 7명의 심사위원이 꼼꼼하게 심사했다”고 밝혔다.

○ 공적자금으로 재무 불건전 기업 보증

지난해 8월 게임산업개발원이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로 지정한 7개사의 2005 회계연도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5개 업체가 서울보증보험의 보증을 받기 위해 수십억∼수백억 원이 예치된 예금증서를 담보로 맡긴 것으로 나타났다.

5개사 중 4개사는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 지정 전인 2004 회계연도에 자본전액 잠식상태에 있었다. 기업 자본 총계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적자가 누적돼 회사를 설립할 때 모은 자본금을 모두 까먹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서울보증보험은 이들 회사의 상품권 발행 한도의 절반에 대해 지급 보증을 섰다.

서울보증보험 대주주가 99% 지분을 보유한 예금보험공사임을 감안하면 공적자금을 동원해 도박 관련 업체가 진 빚의 일부를 대신 갚아야 하는 셈이다.

금융업계에서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보증보험사가 검증되지 않은 사행성 사업에 뛰어들려는 재무 불건전 기업의 보증을 선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는 의견이 많다.

이에 대해 서울보증보험 측은 “보증 계약에 ‘1인당 30만 원까지만 보상한다’는 조항을 넣었기 때문에 설령 문제가 생긴다고 해도 담보로 설정된 예금이 있어 괜찮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 공인회계사는 “상품권은 일종의 무기명채권이기 때문에 1인당 30만 원씩 여러 명으로 나눠 청구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며 “발행업체 부도 시 보증보험의 보상 책임은 훨씬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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