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월드 워치]‘피겨 왕국’ 러시아의 꿈나무 육성 현장

  • 입력 2006년 4월 3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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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군체육단(CSKA) 소속 피겨스케이팅 교실에서는 4, 5세 꿈나무들이 체육관에서 발레와 체조 등으로 지상훈련을 한 뒤 얼음판 위에서 실전훈련에 돌입한다.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
러시아 군체육단(CSKA) 소속 피겨스케이팅 교실에서는 4, 5세 꿈나무들이 체육관에서 발레와 체조 등으로 지상훈련을 한 뒤 얼음판 위에서 실전훈련에 돌입한다.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
‘피겨 요정’ 김연아(16·군포 수리고·세계 13위) 선수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의 벽을 반드시 넘어야 한다. 러시아 피겨스케이팅은 2월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싱글 부문만 빼고 나머지 금메달을 모두 휩쓸어 ‘피겨 왕국’임을 다시 확인시켰다. 재능 있는 꿈나무를 조기에 발굴해 체계적인 훈련으로 스타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이 정상 유지의 비결. ‘은반의 여왕’ 이리나 슬루츠카야(세계 1위) 등 수많은 스타를 배출한 러시아 군체육단(CSKA) 피겨스케이팅팀의 훈련 현장을 지난주 찾았다.

○ 4세면 테스트, 6세엔 선수

CSKA가 운영하는 ‘어린이 피겨스케이팅 교실’이 열리는 체육관은 아침부터 부모나 할머니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온 어린이들로 붐볐다.

아직 학교에 입학하지 않은 4, 5세 어린이들이 대부분. 공을 잡아 보게 하는 등 간단한 동작을 시켜본 뒤 원하는 어린이는 대부분 받아 준다. 한 달 강습료는 1500루블(약 6만 원). 아침 8시부터 하루 3시간씩 일주일에 3번 스케이트를 기초부터 가르친다. 1반에 15명 정도.

아빠를 따라온 폴라냐(6) 양은 3세 때부터 스케이트를 타고 싶다고 부모를 졸라 들어왔다. 이처럼 부모보다는 아이들이 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TV에서 어릴 때부터 경기 모습을 보고 일찌감치 ‘은반의 스타’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는 것.

초등학교 입학할 때인 6세를 전후해 재능이 확인되면 부모와 상의해 주니어팀에 정식 입단시킨다. 매일 아침 훈련을 마치고 학교 수업을 받은 뒤 다시 저녁에 모여 훈련을 하는 고된 선수 생활이 시작되는 것.

○ ‘금메달 제조기’ 코치진 총출동

링크 안에서는 옐레나 보도레조바 피겨스케이팅팀 단장과 ‘금메달 제조기’로 유명한 타티아나 타라소바 기술고문이 선수들의 장단점을 지적해 주고 있었다. 타라소바 기술고문은 토리노 올림픽에서 일본에 유일한 금메달을 안긴 아라카와 시즈카와 미국의 ‘비운의 스타’ 사샤 코헨을 지도한 세계 최고의 코치.

코치진 옆에는 안무와 예술 감독이 함께 있었다. 보도레조바 단장은 “볼쇼이 발레로 대표되는 러시아 무대예술의 높은 수준이 피겨스케이팅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훈련은 얼음 위에서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체육관에서 체조 등으로 몸을 만들고 댄스도 중요하다. 얼음 위에서 보여 줄 동작을 먼저 지상에서 연습해야 하기 때문이다.

선수들 중에는 카자흐스탄 국적의 고려인 꿈나무 선수 데니스 정(12)도 있었다. 정 선수는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카자흐스탄 국가대표로 나갈 예정이다.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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