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어머니 고생 덜어준다더니… 가족엔 참혹한 일”

  • 입력 2005년 6월 14일 03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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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히 돈을 모아 어머니 고생을 덜어드리겠다’고 했는데….”

미국인 여성의 지갑을 훔쳐 달아나는 소매치기를 붙잡으려다 중상을 입고 숨진 재미교포 우홍식(29) 씨의 사연을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된 이모 정두남(70·사진) 씨는 13일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정 씨는 “미국으로 이민 간 뒤 어렵게 생활해 오다 이제 좀 생활형편이 나아지고 있었는데 이런 일을 당해 더욱 슬프다”며 “의로운 죽음이지만 가족에게는 너무나 참혹한 일”이라고 말했다.

1976년 대구에서 태어난 우 씨는 2년 뒤 아버지 우영도 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 위해 떠난 길이었지만 미국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보일러 설치업과 도넛 가게 운영을 병행하며 악착같이 살았지만 몇 차례 강도와 사기를 당해 생활형편은 점점 어려워졌다.

아버지는 가정을 일으키기 위해 혼자 알래스카로 떠나 한 학교의 급사로 일했지만 8년 전 당뇨로 사망했다. 이후 우 씨 가족은 어머니 정순란(53) 씨가 조그만 옷 가게를 하며 버는 돈으로 근근이 생활해 왔다.

정두남 씨는 “홍식이는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방송제작자가 되겠다는 꿈을 잃지 않고 밝게 살아 왔다”며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앞장서 왔고 취직한 뒤에는 어머니에게 집을 사줄 정도로 효자여서 가족 모두가 자랑스러워했다”고 말했다.

정두남 씨는 “얼마 전 어눌한 한국말로 ‘어머니 고생도 덜어 드리고 한국에 자주 들러 이모님께 용돈을 드리고 싶다’고 말한 것이 자꾸 떠오른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한편 우 씨의 안타까운 죽음을 기리는 미국인들의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 FM 97.3 라디오방송국이 모금운동을 시작한 지 하루 만인 11일 현재 2만3000달러(약 2300만 원)가 모였다고 현지 신문이 보도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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