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로 논술잡기]‘모모’… 아이들 눈높이로 현대사회를 고민

  • 입력 2005년 1월 7일 16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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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모/미하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367쪽·9500원/비룡소

겨울방학 50여 일은 논술 준비를 하는 데 더 없이 좋은 기간이다.

여유가 있으니 만큼 긴 호흡으로 논술 공부를 해 보자. 논술 대비는 크게 ‘읽기’와 ‘쓰기’로 나눌 수 있다. 쓰기 연습에 앞서 먼저 읽기에 주력하는 것이 좋다. 학생 글의 수준은 무엇을 어떻게 읽었느냐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럼 어떤 읽을거리가 좋을까?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으려면, 방학 초반에는 독서에 친숙해질 수 있는 것부터 고르는 게 좋다. 쉽고 흥미로우면서도 생각이 많아지는 내용, 거기다가 분량도 제법 있어서 지적 지구력을 길러 줄 수 있는 책이면 금상첨화겠다. 소설은 이런 조건을 모두 충족시켜 주는 장르이다.

그중에서도 나는 방학 초기의 읽을거리로 ‘모모’를 권하고 싶다. 이 책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판타지 소설이다. 주인공 모모는 극장 폐허더미에서 사는 거지 소녀다. 그런데도 그에게는 친구들이 많다. 시간과 상관없이 상대의 말을 조용히 귀 기울여 들어주는 모모의 태도가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탓이다.

어느 날 마을에 시간도둑들이 나타난다. 회색 인간이라 불리는 그들은 남의 시간을 빼앗아 먹고산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시간은 금’이라고 떠벌리며 인생을 절약하라고 외친다. 그네들 말에 따르면 인생에서 중요한 건 무엇을 성취하느냐, 어떤 사람이 되느냐, 얼마나 많이 갖느냐 하는 것뿐이다. 동료와 이야기꽃을 피우고 집을 꾸미는 일, 노부모를 방문하는 일 등은 모두 시간 낭비일 뿐이다.

사람들은 그들의 말에 홀려 시간을 아끼는 삶을 살기 시작한다. 그에 따라 모모를 찾아오는 친구들도 줄어 간다. 정신없이 쫓기며 살지만 이상하게도 시간을 절약하면 할수록 더욱더 바빠지고 내 시간도 점점 줄어든다. 일은 재미없어지고 등 떠밀려가는 듯한 생활이 반복될 뿐이다. 이 모두가 시간 도둑들이 사람들이 절약한 시간을 빼앗아 가는 탓이다. 회색 인간들은 비웃으며 말한다. 사람들은 정작 자신은 잃어버린 채, 자기와 상관없는 일에 하루하루를 소진하면서도 인생을 알뜰히 살고 있다며 착각하고 있다고.

‘모모’의 주제의식은 인간성 회복을 주장하는 실존주의의 주장과 다르지 않다. 이처럼 미하엘 엔데는 쉽고 재미있는 동화를 통해 바삐 돌아가는 현대인과 그 문명의 본질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을 하게 만든다.

아이들 눈높이에서 깊은 생각을 이끌어 내는 책 ‘모모’는 겨울 독서를 여는 책으로 아이들에게 권해 주기에 손색이 없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학교도서관 총괄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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