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대재앙]실종 한국인5명 떠내려간듯

  • 입력 2004년 12월 31일 17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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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31일 태국 피피 섬을 찾아 해일에 휩쓸려 사라진 딸이 마지막으로 디뎠던 땅에 국화꽃을 놓고 정화수를 뿌리며 넋을 기리고 있는 한 일본인 부부(오른쪽 두 사람). 푸껫=박형준기자
지난해 12월 31일 태국 피피 섬을 찾아 해일에 휩쓸려 사라진 딸이 마지막으로 디뎠던 땅에 국화꽃을 놓고 정화수를 뿌리며 넋을 기리고 있는 한 일본인 부부(오른쪽 두 사람). 푸껫=박형준기자
지진해일(쓰나미·津波)의 강타를 맞은 태국 푸껫 인근 피피 섬은 대재앙 닷새가 지났어도 폐허 상태였다.

한국인 관광객 5명이 실종된 이 섬은 전체가 여기저기 깊은 상처를 드러내고 있었다. 온전한 것은 섬 양쪽의 산과 절벽뿐. 해변 백사장과 숙소는 ‘쓰레기 소각장’에 가까웠다.

시신 발굴 작업이 끝날 때까지 출입이 통제된 피피 섬에 지난해 12월 31일 오전 8시 30분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도착하자마자 시신이 부패하는 악취가 코끝을 찔렀다. 태국인 자원봉사자는 “전염병 위험이 있으니 반드시 착용하라”며 마스크와 장갑을 건네줬다. 오전 9시경 헬기가 뭍에서 군인들을 싣고 오면서 부산해졌다. 해군 잠수부대원 10여 명은 바다에 가라앉았을지 모르는 시신을 찾아 나섰고, 일본 구조팀 19명도 합류했다.

굴착기로 건물 더미에 파묻혀 있을지 모르는 시신을 찾는 군경 사이에서 일부 현지인들은 TV 카메라 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훔쳐갔다. 부근에 일본인 노부부와 서양인 청년 2명이 눈에 띄었다. 서양인 청년들이 일본인 노부부를 안내하며 쓰나미가 닥쳤을 때의 상황을 설명하다가 상가 밀집지역 입구에서 “여기에서 따님이 파도에 휩쓸려 사라졌다”고 말했다. 순간 일본인 할머니는 “유미!”라고 외치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한동안 정신을 잃었던 할머니는 딸이 사라진 현장에 국화꽃을 놓고 정화수를 뿌렸다. 노신사는 향을 피웠다. 안내를 하던 서양 청년은 울음을 터뜨렸다.

한국인 실종자 찾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힘들어 보였다.

쓰나미가 몰려 온 시간은 26일 오전 10시 10분경. 한국 단체관광객을 실은 유람선이 도착한 지 20분이 지난 뒤였다.

한국 단체관광객들은 피피 섬에서 1박을 하지 않기 때문에 도착 직후 호텔 체크인을 할 필요가 없어 대부분 해변을 산책한다. 이 때문에 실종자 5명은 파도에 휩쓸려 바다로 떠내려갔을 확률이 가장 높다는 것이 현지 관계자들의 말이다.

시신 발굴 작업을 지휘하던 경찰 솜차이 씨(49)는 “파도에 떠밀려 갔다면 한국인 실종자 찾기는 더 힘들 것”이라며 “더구나 최근 찾은 시신은 30도 가까운 날씨에 부패해 얼굴 형체를 알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시신 확인을 위해 지난해 12월 30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관 2명을 파견한 데 이어 31일에는 경찰청 소속 지문 감식반 2명을 급파했다.

푸껫=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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