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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언론법안’]세계는 ‘미디어전쟁’… 한국언론만 ‘족쇄’

입력 2004-11-12 18:34업데이트 2009-10-09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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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미디어시장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신문과 방송, 방송과 통신 등의 합종연횡을 통해 탄생한 글로벌 미디어복합기업이 국경을 넘어 세계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미디어산업에 대한 ‘탈(脫)규제’ 정책은 글로벌 복합미디어기업의 성장에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여당의 언론관련법안은 아직도 이분법적인 규제의 틀 속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경제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미디어산업의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문산업은 사양산업이 아니다

호주의 미디어복합기업인 뉴스코퍼레이션은 지난달 27일 주주총회를 열고 본사를 호주에서 미국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명실상부한 글로벌 미디어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탈(脫) 호주’ 선언을 한 것이다. 세계 46개국의 신문과 TV 등 780여개 매체를 소유하고 있는 뉴스코퍼레이션은 지난해 매출의 92%를 미국 유럽 아시아 지역에서 올렸다.


뉴스코퍼레이션을 이끌고 있는 루퍼트 머독은 자사의 사업 보고서에서 “미디어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콘텐츠”라며 “디지털시대가 인쇄매체의 종말을 뜻하는 것은 아니며 신문 및 출판산업에 대한 투자를 줄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머독은 신문이 사양산업이 아니라 디지털기술과 융합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핵심 콘텐츠사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그의 사업전략에서도 신문은 여전히 핵심사업이다.

●미디어융합시대의 선두주자들

독일의 대표적인 미디어 복합기업인 베텔스만은 증시에 기업을 공개하지 않고 가족소유 형태의 경영을 고집하고 있다. 출판사와 인쇄소에서 출발한 이 회사는 세계 56개국에서 출판 음악 TV 라디오 신문 잡지 인쇄 인터넷사업 등을 운영하고 있다. 2003년 203억달러에 이르는 매출의 69%를 독일 이외의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올렸다. 2001년 신생 인터넷기업인 AOL이 전통의 미디어기업인 타임워너를 인수했다. 이 사건은 세계 미디어시장에서 방송과 통신의 융합시대를 알리는 상징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비방디 유니버설은 미국의 타임워너에 견줄 만한 프랑스의 대표적인 복합미디어기업. 프랑스 통신업체인 비방디와 유료 방송사업자인 카날 플뤼, 캐나다의 영화 음반업체인 시그램이 합병을 통해 통신 방송 영화 등을 아우르는 복합미디어기업으로 성장했다.

신문과 방송의 겸영이 허용된 일본 미디어기업도 세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대표적인 복합미디어기업인 후지산케이그룹(FCG)은 모태인 산케이신문과 일본 최대의 민영방송인 후지TV를 비롯해 모두 100여개의 계열사를 소유하고 있다.

●미디어산업이 차세대 성장동력

세계경제에서 신문 출판 방송 영화 등을 아우르는 미디어콘텐츠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디어콘텐츠산업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데다 국가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크기 때문이다.

경영컨설팅업체인 PWC는 2002∼2006년 세계문화산업의 성장률을 5.2%로 전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치(3.2%)보다 2%포인트 높다. 또한 문화관광부 분석에 따르면 신문 영화 등 문화콘텐츠산업에 10억원을 투입할 경우 늘어나는 일자리는 15.9명으로 서비스업(14.9명), 제조업(9.4명) 등 다른 업종에 비해 고용유발효과가 크다.

그러나 거대 복합미디어기업들이 세계미디어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어 대비가 시급하다.

2003년 기준으로 타임워너, 바이어컴, 월트디즈니, 뉴스코퍼레이션, 비방디 유니버설, 베텔스만, 소니 등 7대 미디어복합기업은 평균 44개국에 진출해 64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들 기업의 지난해 평균 매출액은 320억1800만달러.

이에 비해 국내 미디어산업은 신문과 방송, 방송과 통신을 구분하는 각종 규제에 묶여 복합미디어기업의 싹조차 내리지 못하고 있다. 방송 뉴스 출판 등의 지식정보콘텐츠와 엔터테인먼트사업이 한데 어우러지지 못하는 ‘절름발이’ 산업구조에 머물고 있다.

●탈(脫)규제가 미디어경쟁력 키워

1980년대 이후 세계 각국의 방송 통신에 대한 규제 완화는 세계적인 복합미디어기업 탄생의 촉매제가 됐다. 미국은 1996년 텔레커뮤니케이션법을 제정해 방송과 통신 분야의 인수합병 규제를 완화했다. 영국은 1987년 케이블과 위성방송 프로그램 사업자를 허용하며 공영방송 중심의 방송시장에 경쟁개념을 도입했다. 미디어산업의 주도권 경쟁은 무역분쟁으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1996년 캐나다가 미국에서 발행된 정기간행물의 유통을 차별한다는 이유로 미국이 캐나다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세계 미디어시장에서 ‘총성없는 전쟁’이 진행되고 있지만 한국의 미디어산업은 복잡한 규제 때문에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고정민(高精敏)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국은 미디어의 공공성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반면 산업적인 측면은 간과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현대원(玄大原·디지털미디어정책학) 서강대 교수는 “신문과 방송, 방송과 통신의 영역을 허물고 경쟁력이 있는 복합미디어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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