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라이트, 침묵에서 행동으로]<2>사회분야 새 움직임

  • 입력 2004년 11월 8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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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의 편식(偏食)에서 벗어나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옹호하는 ‘뉴 라이트’의 움직임은 그동안 사회적 현안이나 국가적 문제에 대해 대체로 진보-개혁적 목소리를 내왔던 시민 종교 단체 그룹 내에서도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들 그룹은 대체로 김대중(金大中) 정권 초반까지는 개혁적 색채를 분명히 드러냈으나 현 정부 들어 궤도 수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회 전반 이념 추의 ‘좌(左)편향’을 시정해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논리다. 이들은 현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에 대해서는 사안별로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리겠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수구보수적 논리에 대해서는 일정한 선을 긋고 있다.

▽시민단체 및 종교계 꿈틀=중도의 목소리를 지향하는 조직을 결성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김진홍(金鎭洪·두레공동체운동본부 대표) 목사를 중심으로 손봉호(孫鳳鎬) 동덕여대 총장, 옥한흠 사랑의교회 원로목사를 중심으로 ‘한국기독교개혁운동(한기운)’이라는 중도 성향의 새 개신교 단체를 준비 중이다. 발기인인 손 총장은 “진보냐 보수냐는 이념적 지향을 떠나서 기독교적 도덕성에 바탕을 두고 한국 개신교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구상됐다”며 “국가보안법이나 사립학교관련법 등 사회적 현안에 대해 사안별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중도보수를 표방하는 개신교 비정부기구(NGO)인 ‘기독교사회책임(사회책임)’도 발족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기운과 자매단체 성격인 사회책임의 사무처장으로 내정된 박승룡씨는 “극우 집단과 진보적 친여 성향의 단체로 양분된 사회에서 중도 입장의 합리적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기운과 사회책임은 기독교적 신앙을 바탕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를 옹호하는 활동을 펴나간다는 구상이다.

내년 발족을 목표로 ‘나라생각’(가칭)이라는 시민단체를 준비 중인 서경석(徐京錫) 서울조선족교회 담임목사는 “좌우를 떠나 옳은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나라를 살리기 위한 발언을 하겠다는 것이 기본 취지. 서 목사는 “이른바 ‘메인스트림(주류)’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지금까지 가만히 있어도 세상이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갔기 때문에 목소리를 내지 않아도 됐다”며 “그러나 지금은 가만히 있으면 세상이 엉뚱한 방향으로 가기 때문에 힘을 결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3의 변호사단체 뜬다=기존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활동에 불만을 갖고 있는 중도 성향의 30, 40대 변호사 300여명은 이석연(李石淵) 변호사를 중심으로 제3의 변호사 단체 조직에 나섰다. 이 단체는 이르면 다음달 창립할 예정이다.

현재 변호사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변호사 단체는 대한변호사협회(변협). 이 외에 임의단체로는 1988년 만들어진 민변(회원 450여명)과 1998년 원로 변호사들 중심으로 결성된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헌변·회원 200여명)이 있다.

제3의 변호사단체 준비위원회 간사인 이두아(李枓娥·33·여) 변호사는 “영향력이 큰 민변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소외되는 경향이 있었다”며 “민변의 활동과 이념을 편향된 시각이라고 보는 소장 변호사들이 적극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석연 변호사는 “새로운 변호사 단체는 헌법적 가치와 법치주의를 존중하고 시장경제를 옹호하는 바탕 위에서 젊은 변호사들 및 이에 동참하는 원로 변호사들이 균형적인 시각을 갖고 활동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계에도 균형의 목소리=교육계에서 최근 나타나고 있는 ‘학부모 교육권 되찾기 운동’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목소리에 압도돼 온 교육계의 분위기를 바꾸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이 운동의 주축은 중도 지향의 시민단체인 ‘바른 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이 단체는 최근 균형 잡힌 학부모운동을 전개할 ‘바른 교육권 실천운동본부’의 출범을 위해 18일 발대식을 위한 준비 모임을 갖고 내년 2월 초 본부를 정식 발족할 예정이다. 발기인인 명지전문대 남승희(南承希·교육학) 교수는 “그동안 학교 교육의 개혁은 학부모가 배제된 채 진행되는 바람에 학교 교육이 이념에 지나치게 치우친 교사 중심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바른 교육권 실천운동본부측은 학부모의 권리가 어디까지인지를 연구하고 나아가 고교평준화 체제에서는 가질 수 없는 ‘학교 선택권’과 ‘고교별 대학수학능력시험 결과에 대해 알 권리’ 등을 찾아 나간다는 구상이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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