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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5월 21일 15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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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이번 판단은 '국가안보와 배치되는 양심의 자유는 사법기관이 제한할 수 있다'는 그 동안의 판례를 깨고 헌법상 양심의 자유를 적극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찬반론은 △헌법 위배 여부 △평등권 침해 여부 △대체복무제 적용 등을 놓고 팽팽히 맞서 왔다.
찬성론자들은 헌법상 보장된 종교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선 헌법상 국방의 의무와 국민개병주의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반박해왔다.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무죄 판결의 핵심 논란은 군 입영 거부의 '정당한 이유'로 종교적 신념을 포함한 양심의 자유를 인정할 수 있느냐 하는 것.
하지만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헌법 19조와 20조에 규정된 양심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를 적극적으로 해석해 이를 정당한 사유로 해석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양심적 병역 거부자'와 '양심을 빙자해 병역을 기피하는 자'를 가려내기 위한 기준과 관련해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무죄 판결을 내린 이정렬 판사 역시 최근 우리법연구회 학회에서 발표한 논문을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의 문제의 핵심은 병역 기피자 중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어떻게 가려낼 것인가 하는 문제와 이미 기소된 사람들을 어떤 방향으로 처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재판부는 병역 거부자에 대해 양심에 따른 병역기피의 진실성을 확인하기 위해 병역 소집을 거부하겠다고 결정한 시기와 동기는 물론 선언한 신앙생활을 증명하는 자료에서부터 고등학교 생활기록부까지 면밀히 분석했다.
하지만 병무청은 집총 자체를 거부하고 4주간 기초군사훈련과 8년간 예비군 훈련도 받지 않겠다는 것은 사실상 병역을 면제해 달라는 것이어서 어떤 경우에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병무청은 무죄선고를 받은 3명에 대해 재입영을 통지하고, 입영을 거부할 경우 재고발키로 했다.
병무청 박경규(朴京圭) 충원국장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허용하는 것은 국민개병주의 원칙에 어긋날 뿐 아니라 병역기피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요구하는 대체복무제도도 줄어들고 있는 병역자원을 고려할 때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헌법 재판소가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낼 경우 이에 따른 대책을 마련할 수 있지만 지금 당장은 이번 판결에 어떤 대책을 내놓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2001년 남부지법 부장판사로서 양심적 병역 거부와 관련해 위헌심판제청 결정을 내렸던 박시환(朴時煥) 변호사는 "양심적 병역 기피를 둘러싼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법원의 고민이 반영된 하나의 노력으로 상당한 의미가 있는 판결"이라며 "고통 받는 당사자들과 국가 안보를 걱정하는 국방부 등 양측의 입장이 모두 반영될 수 있는 대체복무제가 조속히 도입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징병제가 실시되고 있는 80여개 국가 중 사회봉사를 통한 대체복무제를 헌법 또는 법률로 허용하는 국가는 독일·러시아·쿠바·대만·덴마크 등 30여개국이다.
1961년 대체복무가 도입된 독일의 경우 현역복무는 9개월, 대체복무는 대부분 노인과 장애인을 돌보는 등 사회복지 시설 등에서 일하면서 10개월 동안 근무하게 된다.
민간봉사제를 도입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을 보면 대체적으로 민간봉사기간이 군복무기간보다 장기간이며 2배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대만 역시 대체복무 기간이 현역복무기간 보다 4~6개월 더 길며, 복무분야도 경찰, 소방업무 등 사회치안분야와 의료서비스, 환경보호, 양로원 봉사 등 사회봉사분야로 구성되어 있다.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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