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의 경제이야기]미쓰비시 ‘형제애’ 車 살릴까

  • 입력 2004년 4월 26일 17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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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비시그룹의 경영진이 바빠졌다. 그룹의 골칫거리인 자동차를 살리기 위해서다. 미쓰비시상사, 미쓰비시중공업, 도쿄미쓰비시은행 등 3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요즘 거의 매일 만나 자동차를 살리는 데 들어갈 거액을 어떻게 조달할지 협의하고 있다.

승용차생산 88년의 역사를 가진 미쓰비시자동차가 존망 위기에 몰린 직접적인 이유는 지분 37%를 보유한 최대주주 다임러크라이슬러가 자금지원 계획을 철회했기 때문. 23일 이 소식을 들은 미쓰비시측은 크게 낙담하면서도 “우리 힘으로 해내겠다”며 특별대책팀을 구성했다. 부실에 빠진 계열사를 돕기 위해 형편이 좋은 그룹 내 다른 회사들이 나서는 모습은 몇 년 전까지 한국에서도 낯익었던 풍경이다.

하지만 이 회사의 앞날을 밝게 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무엇보다 그룹의 의도가 ‘왕년의 화려한 영광’을 재현하는 쪽과는 거리가 멀다.

자동차의 부실이 심화되자 미쓰비시는 지난해 말 다임러크라이슬러에 2000억엔(약 2조원) 증자를 제안했다. 악성부채만을 털어낸 뒤 일본 국내와 아시아시장을 겨냥해 몇몇 소형차 모델에 특화하려는 의도였다.

양측의 협상은 다임러가 신차 개발에 필요한 자금까지 염두에 두고 증자 규모를 7500억엔으로 늘리자고 역제안하면서 삐걱대기 시작했다. 미쓰비시가 난색을 보인데다 다임러 내부에서도 주주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공동증자를 통한 회생’은 없던 일이 됐다.

일본업계 4위인 미쓰비시차는 80년대 초 현대와 기술제휴협정을 맺고 그랜저 갤로퍼 싼타모 등의 기술을 제공해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도요타 닛산 혼다가 사상 최고이익을 경신한 것과는 달리 실적 악화와 신차 개발 부진의 악순환에 빠져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03회계연도(2003년 4월∼2004년 3월)의 영업적자는 1000억엔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쓰비시는 일본의 기업집단 중에서도 단결력이 가장 강한 그룹으로 정평이 나있다. 하지만 자동차 문제가 불거진 뒤 계열사 주가가 일제히 하락하자 자금지원에 대한 신중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그룹의 ‘형제애’가 자본시장의 논리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미쓰비시에 매우 벅찬 게임이 시작된 것은 틀림이 없어 보인다.

도쿄 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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