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월드 워치]佛 와인은 술 아닌 전통유산?

  • 입력 2004년 2월 23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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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와인업계가 25일 ‘총리와의 대화’를 갖는다.

와인업계 대표자와 장 피에르 라파랭 총리가 참석하는 이번 대화는 위기에 빠진 와인업계의 요청에 따라 성사됐다.

프랑스 와인은 미국 호주 칠레 등의 저가 공세로 최근 수년간 수출이 줄어왔다. 지난해는 유로화 가치 급등까지 겹쳐 와인 2대 산지인 보르도와 부르고뉴의 수출량이 전년에 비해 7∼8%가량 줄었다. 와인 등급 분류상 최상급인 ‘AOC(Appellation d’Origine Controlee·원산지명칭통제)’ 와인의 수출량은 9% 감소했다고 일간 르몽드가 22일 전했다.

프랑스 와인산업의 보루였던 내수마저 흔들리고 있다. 2001년 출범한 우파 정부가 강력한 음주운전 단속 및 알코올 남용 금지운동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파랭 내각은 ‘유럽 최악의 교통사고 국가’라는 오명을 털어내기 위해 한국식으로 길을 막고 실시하는 음주 측정까지 도입했다. 사고를 내지 않는 한 웬만한 음주운전은 봐주던 프랑스식 ‘톨레랑스(Tolerance·관용)’는 사라졌다.

와인업계는 전국 레스토랑에 공짜로 음주측정기까지 보급하며 이에 맞섰다. “식사 후 2, 3잔은 괜찮다”는 구호까지 내세웠으나 역부족. 지난해 국내소비량은 전년에 비해 2% 감소했다. 르몽드지는 보르도 포도 가격이 40%가량 떨어지고 와인 제조업자 1000명이 도산위기에 처했다고 전했다.

업계는 이번 대화에서 음주단속을 완화하고 알코올남용 금지운동에서 와인은 제외해달라고 요구할 예정. ‘와인은 술이 아니라 프랑스의 전통 유산’이라는 것. 그러나 정부의 지원을 받는 금주단체들은 “더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는 또 ‘신대륙 와인’에 맞서기 위해 동일 포도품종 와인의 혼합을 허용해달라고 요구할 방침이다. ‘신대륙 와인’은 혼합이 보편화됐지만 프랑스는 “지역에 따른 고유한 맛을 버린다”며 혼합을 금지하고 있다. 프랑스 와인의 전통과 자존심이 안팎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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